▲ 비명 |
이번 전시는 일본제국주의(위안부 문제), 박정희 유신독재(민주주의), 광주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을 그림을 통해 함께 어루만지고 보듬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2년 작업해 2013년 『바리』(삶이보이는창)라는 꿈 그림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고 서울에서 전시회를 가졌던 작품 중에서 47점을 선보인다.
작품은 모두 종이에 먹과 수채로 그린 작은 작품들이지만, 작가가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대작 못지 않다.
한 달 전시 중 16일간은 스물 다섯 점, 나머지 15일간은 스물 두 점을 나누어 전시할 예정이다.
전시 공간이 네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거실에 걸리는 작품은 바리데기 설화의 바리 공주 위주로 전시한다. 큰 방은 위안부 이야기를, 작은방 1은 군부독재 이야기, 작은 방 2는 비틀어진 국가권력 이야기가 자리를 잡는다.
홍 작가의 작품(바리데기 설화의 뿌리를 둔)에는 상처받은 혼들이 살고 있다.
그 혼들은 스스로 상처를 해결할 수 없어 그림 무당이 대신 나서서 세상을 향해 국가를 향해 가해자들에게 '여기 상처받은 혼들'이 있다고 곡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지가 갈기갈기 찢긴 채 푸줏간에 걸린 고기처럼 내걸려 있거나 열대의 어느 섬에 끌려간 위안부를 탐하려 길게 줄 지어선 일본군 병사의 모습(작품 '비명·사진')이 끔찍했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청와대 뒷산에는 다섯 대의 감시카메라가 줄지어 서 있고, 땅 속까지 속속들이 국민의 사생활을 감시하며 발가벗기는 모습(작품 '흙')은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을 풍자한다.
이런 일들이 인간세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 일어났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마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담아내고 있다. 시대가 세상이 국가가 만들어놓은 곡(哭)을 개인의 한(恨)으로 남기지 않으려고 피하지 못한 운명처럼 환쟁이의 길을 걷고 있는 홍성담 작가의 굿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박수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