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해돋이를 보기 위해 부산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무박 2일 여행이고 잠을 기차에서 자야하는 상황이라 무궁화호를 선택했다. 그렇게 부산으로 떠나는 마지막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어둠을 뚫고 달렸다. 약 3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달려 기차는 종착역인 부산에 도착했다.
아내와 상의 끝에 택시를 타고 광안리 인근의 커피숍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택시를 잡았다. 다행히 광안리 인근의 커피숍은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음료를 몇 잔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배부르고 따뜻하니 졸음이 밀려왔다. 지친 아이들은 비좁은 커피숍 테이블에서 쪽잠을 청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니 밖이 환해졌다. 일출을 보기 위해 백사장으로 향했다. 붉은 태양이 광안대교 위로 봉긋 솟아 올랐다.
하지만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태양은 구름 속에 가려진 뒤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힘들게 왔는데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낙담만 할 수 없는 일. 최종목적지인 용궁사로 향했다. 181번 버스를 타기 위해 부산도시철도 수영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센텀시티역으로 이동한 후 버스를 탔다. 버스는 도심지를 지나 외곽으로 계속 달렸다. 사람들로 가득했던 버스는 십 여명 남짓만 남았고 직감적으로 '다들 용궁사 가는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국립수산과학원 정류장에 도착했고 친절한 버스기사님이 “용궁사 가시는 분들은 여기서 내리세요.”라는 안내 멘트도 날려줬다.
계단의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지장보살상과 국립수산과학원으로 통하는 길이 나오니 용궁사 구경을 마치고 둘러보면 된다. 넘실대는 파도와 암석 위에 자리한 용궁사는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절을 지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용궁사로 들어가려면 용문교라는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다리 위에서 동전을 던져 항아리에 들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한 번 시도했는데 결과는 실패했다. 관광객들이 많아 한 곳에 오래 머무르고 있으면 통행에 지장을 주는 관계로 서둘러 다리를 건넜다.
용궁사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인 만복문(萬福門)에는 '참 좋은 곳에 오셨습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렇게 앞마당으로 들어서면 대웅전을 비롯해 황금돼지와 하늘로 승천하는 비룡상이 보인다. 또한 대웅전 옆에는 포화대상 미륵불과 장수거북의 상이 위치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 부귀영화 등 각자의 소원은 다르지만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또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인생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듯 이번 여행도 계획에서 약간 벗어났지만 결과적으로 용궁사도 잘 구경하고 무사히 돌아왔으니 성공적인 여행이었다고 자평을 해본다.
▲가는길=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100번과 181번 버스를 탈 수 있는 신도시장 정류장과 센텀시티역으로 간 뒤 버스를 타면 된다. 약 1시간 30분 소요.
▲먹거리=용궁사 입구에 몇 개의 식당과 간식을 파는 노점이 즐비해 있다.
글·사진=이성희 기자 toke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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