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기업 3년 생존율 국제비교(%). |
초고속 창업절차 등으로 국내 벤처기업 3만곳 넘어서
벤처 3년내 중도탈락…민간중심 투자미비, 판로난 때문
‘창업의 꽃길 지나니 성장의 흙길.’
신속한 창업절차에 힘입어 3만 벤처기업 시대가 열렸지만 판로난 등으로 벤처기업 62%는 채 3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진단이 나왔다.
15일 대한상의의 ‘통계로 본 창업생태계 제2라운드’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초고속 창업절차, 진입규제 완화 등으로 국내 벤처기업 수는 무려 3만개를 넘어섰다.
창업등록이 12단계에서 2단계로 줄었고 소요시간도 22일에서 4일로 크게 축소된 영향이 크다. 이는 신생 벤처기업 즉, 스타트업(start-up)의 천국이라는 미국(5.6일)보다도 빠른 것이다.
하지만 창업 3주년을 넘기는 기업은 전체의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6곳 이상의 벤처기업이 본격 성장을 위한 라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좌절하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면 스웨덴(75%), 영국(59%), 미국(58%), 프랑스(54%), 독일(52%) 등에 크게 뒤처져 한국은 조사대상 26개국 중 25위를 기록했다.
창업 후 2라운드의 진입장벽은 민간중심 벤처투자 생태계 미비와 판로난이었다.
실제 민간 벤처투자를 나타내는‘엔젤투자’규모는 2014년 기준 834억원으로 미국(25조원)의 0.3%에 그쳤다. 투자금 회수환경이 불리하다는 게 주요원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미국 나스닥 상장에는 6.7년 걸리지만 한국 코스닥 상장에 평균 13년이 걸린다”며“법인사업자의 80% 이상이 10년 안에 문을 닫는 상황에서 13년 후를 기대하며 자금을 대는 투자자를 찾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본 국내 벤처의 투자매력도 역시 낮은 수준이다. 전 세계‘벤처시장 매력도’를 발표하는 스페인 나바다 경영대학원이 인수합병(M&A)시장, 금융시장 성숙도 등으로 벤처투자 매력도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미국의 8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인 유통망이나 해외수출 경험부족도 문제다. 벤처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65.6%가 국내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고 74.9%는 ‘해외에 수출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창업 소요시간이 여권발급 시간보다 빠를 정도로 창업환경이 개선돼 기술력 높은 혁신벤처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대기업은 M&A를 통해 미래 신기술·신제품을 수혈받고 벤처기업은 민간투자를 토대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대기업과 창업기업 간 상생의 혁신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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