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대화 중시한 야권은 상대적으로 신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에 따라 안보이슈가 대선정국에서 급부상하면서 범여권 잠룡들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국정농단사건으로 잔뜩 움츠러든 상황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지 이틀 만에 또다시 ‘북풍’(北風)이 불어닥친 것이어서, 역대 대선판 상수(常數)인 안보이슈를 들고 대반격을 노리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 주자들은 15일 ‘북한발(發)’ 안보 이슈가 수세에 몰린 대선레이스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중대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사드 배치 합의를 촉구하는 등 대선판 흔들기에 나섰다.
범여권 주자들은 이번 기회가 자신의 강점으로 주장해온 안보문제를 부각하며, 안보이슈 주도권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바른정당유승민 의원은 국회에서 개최된 긴급 최고위 회의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은 김정남 암살 등 두 사건을 보면서 우리의 국가안보 태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며 “KAMD 자체 연구·개발은 계속하되 사드 2~3개 포대를 국방예산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불확실성의 첫째는 북한 정권의 예측불가능한 도발성으로, 정부는 국가안보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잘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이날 트위터에 “김정남의 피살은 평양이 그만큼 초조해 있다는 반증”이라며 “권력은 종말에 이르러 가장 포악해진다”고 적었다.
같은당 원유철 의원 역시 MBC 라디오에서 “북한이 끊임없이 핵과 미사일로 도발하고 정권의 잔인성과 포악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하고 강력한 억제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며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관심을 두고 북한인권법을 빨리 작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대북 문제에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해온 야권주자들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제외하면 김정남 피살사건에 대해 입장표명을 자제하며 신중한 모습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대전방문에서 “북한의 도발을 묵과할 수 없다”며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방 연구개발(R&D) 예산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20% 수준까지 늘리고 각 부서 예산을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할 컨트롤 타워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