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수 LH 대전충남본부장 |
“1997년 외환위기는 총체적인 위기극복 의식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김양수(54ㆍ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ㆍ충남본부장이 기억하는 IMF다. 1997년 김 본부장은 LH 전신인 ‘한국토지공사’ 감사실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그에게 주어진 업무는 ‘기업부채 상환용 토지매입’이었다. 기업들의 토지를 사고, 그 비용을 금융권에 지급하는 업무였다. 많은 기업이 금융권 부채를 갚지 못하자, 토공이 땅을 사서 기업들의 빚을 은행에 갚아주는 태스크포스팀에서 일했다.
전쟁 같은 1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새벽에 시작한 일은 숱한 밤샘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많았다.
김 본부장 혼자 매입한 토지만 5000억원에 달했고, TF팀 전체가 부채로 상환한 토지가 3조 5000억원에 육박했다. 덕분에 금융기관으로 도산이 확산되는 걸 조금이나마 막아낼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 본부장은 “오랫동안 힘들게 세운 기업들이 도산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도 많았으며 가장 많이 배운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환위기의 징조가 있었지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위기에 대처하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딛고 재기한 기업들을 보며 상황인식과 체질개선, 의지 등 세 가지를 갖춘 공통점이 있었다”고 했다.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외환위기는 모든 기관과 기업, 국민이 나설 정도로 위기극복 의식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개별적으로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경향이 강한 지금, 필요한 건 각 주체의 협력을 통한 종합대책”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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