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 폐기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의 우려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원자력연구원에 강력한 항의 의사 나타냈으며,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연이어 우려를 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9일 원자력연이 최근 5∼6년간 원자력안전법을 어기고 방사성폐기물을 무단 처리해왔다고 발표했다.
원자력연은 원안위의 허가와 승인 없이 방사성폐기물을 무단으로 반출하거나 자체적으로 소각했으며, 소각 시설의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 기록을 기준치가 넘어가지 않도록 조작하기도 했다.
이에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원자력연은 대전ㆍ충남ㆍ충북ㆍ세종에 거주하는 280만명은 물론 온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큰 위협과 해악을 끼쳤다”며 “관계자들은 명백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며 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30km연대는 이어 “원자력연의 해체ㆍ제염 기술과 사후 관리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드러났다”며 “앞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규제기관으로서 원자력연구원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정부는 대전 유성에 민간환경감시기구를 즉각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충청권 2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연대로, 30km는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통상적으로 지정되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뜻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도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현재 무단 폐기와 관련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은 상태로 원자력연 안전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조사 이전에도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전환경연은 이어 “원자력계의 심각한 안전불감증과 중앙정부 중심의 폐쇄적인 원자력 안전관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지금까지 제기된 원자력연 안전문제 관련 각종 의혹을 제3자가 참여하는 특별조사를 진행해 제대로 된 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강조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난 9일 원자력연 방사성폐기물 무단 처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철저한 시민안전 확보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전시는 지역 원자력 안전시설을 검증할 ‘시민안전성검증단’ 구성을 완료하면, 하나로 내진보강 공사는 물론 방사성폐기물 무단 처분 관련해서도 철저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허태정 유성구청장도 지난 10일 “문제 재발을 방지하고 주민 안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현장 조사권을 부여하고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룹이 공동으로 참여해 함께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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