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 참여, 당 주도권 놓고 대결 조짐
새누리당의 ‘집안싸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후 당 수습·쇄신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갈등의 핵심인 박근혜 대통령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적청산’ 칼바람에 몸을 움츠렸던 친박계가 ‘태극기 여론’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면서 ‘소수파’가 된 비박계와 중도 성향 의원들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과 대선 주자들은 지난 11일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 결집을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탄핵 반대집회에 참석해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집회엔 대권 행보 중인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윤상현, 조원진, 김진태, 박대출, 이우현, 전희경 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또 다른 보수단체가 연 집회에 합류했다.
새누리당 인사들이 ‘태극기 집회’에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날 주말부터다. 그동안 김진태 의원만 꾸준히 참석하는 정도였지만 설 연휴 이후 보수 지지층 여론에 힘입어 참가자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형국이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를 반대하는 태극기 여론과 뜻을 함께하며 탄핵 심판 반대와 특검 수사가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고, 탄핵 기각 혹은 심판을 최대한 늦춰 야권 대선주자에 맞설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는 탄핵 정국 초기 단속에 나섰던 모습과 달리 참석 여부를 “자율에 맡기겠다”며 손을 점점 놓는 모양새다.
비박계는 친박계에 대한 불만으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비박계 의원들은 “이러다간 도로 친박당, 꼴통 보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촉발 이후 계속된 당 내홍을 수습하고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해도 모자를 판에 무작정 태극기 여론에 기대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비박계 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이 광장정치를 부추기는 것은 국민 간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고,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잘못된 행위”라며 여야 의원들의 집회참가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바른정당으로 추가 이탈하는 비박·중도 성향 의원들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갈수록 커지는 친박계 파워에 묻혀 존재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바른정당 지지율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데다 마땅한 탈당 명분이 없다는 점에서 당장 탈당을 감행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비박·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명수(충남 아산갑), 박찬우(충남 천안갑),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등 충청권 의원들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낙마로 마땅한 ‘둥지’가 없는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 등을 진행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앞당겨질수록 친박계와 당에 남아있는 비박계 간 갈등이 제2라운드로 돌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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