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가금류 사육농가가 사상 최대의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소 농가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가축 전염병 창궐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구제역이 아직까지는 소 농가에서만 발생했지만 만일 바이러스가 돼지 농가로까지 벌질 경우 2010~11년 ‘구제역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8일 24시 기준으로 고병원성 AI는 10개 시ㆍ도, 41개 시ㆍ군 340농가에서 발생해 닭 2778만마리(사육대비 17.9%), 오리 247만마리(사육대비 28.1%), 메추리 등 기타 287만마리(사육대비 19.2%) 등 3312만마리(824농가)가 살처분ㆍ매몰처리됐다. 농식품부는 보상금만 2612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3차례(669일) AI가 발생해 가금류 1937만마리가 살처분된 2014~15년의 수치를 훨씬 넘은 것으로, 역대 최대 피해 사례다.
이 처럼 AI에 이어 최근 들어 젖소와 소 농가에서 3건의 구제역이 발생해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가축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충북 보은의 젖소농가에서 올 들어 첫 구제역이 발생한데 이어 6일과 8일에는 전북 정읍ㆍ경기도 연천의 소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12개 농장의 소 826마리가 살처분ㆍ매몰처리됐다.
이 가운데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예방 차원에서 소 472마리(9개 농장)가 살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종별로 보면 젖소가 4개 농장ㆍ438마리로 가장 많았으며, 한우는 7개 농장ㆍ359마리, 육우는 1개 농장ㆍ29마리로 밝혀졌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우제류 가축 관련 축산관계자ㆍ생축ㆍ축산차량 등에 대해 일시 이동중지 및 소독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국의 모든 소를 대상으로 백신 일제접종에 돌입했다.
그러면서도 방역당국은 구제역의 돼지 전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돼지의 경우 일단 구제역이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소보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돼지는 ‘밀식 사육’을 해 한 마리가 걸리면 농장 내 모든 돼지로 순식간에 번질 수 있는 데다,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항체 형성률이 소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돼지 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75.7%로, 소 농가의 97.5%보다 크게 떨어진다.
실제로 과거 감염 사례만 보더라도 구제역 피해는 대부분 돼지에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소는 5개 농장, 돼지는 180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지난해 1~3월에는 양돈농장 21곳에서만 구제역이 발생했다.
돼지농가 관계자는 “과거로 감안해 볼 때 돼지의 경우 한마리만 구제역에 감염돼도 확산이 빨랐다”면서 “이 때문에 예방접종을 한다해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현재 사용하는 구제역 백신이 소 전용으로 만들어져 돼지는 항체 형성이 잘 안 된다”며 “따라서 돼지 농가의 경우 항체 검사를 소보다 훨씬 촘촘하고 자주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백운석기자 b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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