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교수 |
대한바이애슬론 연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기량이 우수한 러시아인 스타로두베찌 알렉산드르(24)와 안나 프롤리나(33), 에카테리나 에바쿠모바(27) 선수를 귀화시켰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는 마이클 스위프트(30, 캐나다), 맷달튼(31, 캐나다), 브락 라던스키(33, 캐나다), 마이크 테스트위드(29, 미국), 마이클 스위프트(29, 캐나다), 브라이언 영(30, 캐나다) 등 외국인 용병 6명이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루지'는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함께 썰매 3대 종목이다. 우리나라에는 루지 종목에 뚜렷한 선수가 없어 지난 2016년 6월 에일린 프리쉐(25, 독일)가 귀화해 1월부터 태극기를 달고 출전하고 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귀화하는 경우는 그 동안에도 여러 명이 있어 왔다. 탁구에는 당예서(탕나, 중국), 석하정(스레이, 중국), 곽방방(곽방방, 중국)이 있고, 축구에는 신의 손 이성남(사리체프, 러시아), 이싸빅(야센코 싸비토비치, 크로아티아), 마니산(마니치, 세르비아)이 있으며, 농구에는 귀화혼혈 선수인 전태풍과 이승준 등이 있다. 외국에서도 귀화에 성공하여 명성을 쌓아 올린 지네디지단·트레제게·벤제마(알제리→프랑스), 로페즈(브라질→일본) 등의 사례가 있다.
올림픽 등의 국가 단위 스포츠 경기에는 분명 '민족주의' 정서가 흐르고 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로 파란 눈과 금발의 선수들을 보게 되도 당황하지 말고 힘찬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어야 한다.
위와는 반대로 우리나라 선수가 외국으로 귀화한 경우도 있다. 러시아로 귀화한 우리나라 쇼트트랙 간판스타였던 안현수 선수는 한국 빙상계의 파벌과 지나친 경쟁의식의 피해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귀화 후 개최된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러시아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뽐내며 금메달을 획득해 러시아의 영웅이 됐다.
양궁에는 일본으로 귀화한 엄혜랑, 엄혜련 자매가 있다. 조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열심히 운동하며, 한국토지공사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고,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자 모친의 권유로 일본에 귀화했고, 일본 국가대표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다.
아제르바이잔의 필드하키 국가대표팀에는 신미경, 강명순 등 6명의 선수와 한국 남자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전재홍 감독이 뛰고 있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이 컸고 실업팀에 가도 고작 월급 150여만 원으로 살아야 했던 이들은 아제르바이잔으로 귀화 후 베이징올림픽에서 최종예선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충성 선수는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교포 4세이다. 일본축구협회의 귀화 요구를 거부하고 우리나라의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됐으나 소외감과 차별로 2007년에 일본으로 귀화를 했고, 2011년 AFC 아시안컵에서 결승골을 넣는 대활약을 펼쳤다.
이제는 한국에서 유명한 연예인이 된 추성훈은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태어나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1998년 부산광역시청에 입단하지만, 한국 유도계의 파벌과 편파 판정, 차별 등으로 2001년 일본으로 귀화한 후 이듬해인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귀화한 스포츠 선수들은 한국에서 선수로 활동하길 원했으나, 차별과 파벌, 배고픈 비인기 종목의 어려움으로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부정 등으로 우리의 실력있는 선수들이 지금도 국적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는지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정문현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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