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간 금융권의 지형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1997년 시가총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 10곳 중 4곳이 인수·합병과 상장폐지 등으로 사라졌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1일 기준 IMF 외환위기 전인 1997년 1월 초 시총 상위 50위권에 든 상장사 중 올해도 이름을 올린 곳은 7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국민은행(현 KB금융), 현대차, 삼성화재, 삼성물산, LG화학, 하나은행(하나금융지주)이 그 주인공들이다. 우선주 중에서는 삼성전자(우) 한 곳만 포함됐다.
시총 상위 50위권 종목 중 기업이 사라진 곳은 20곳이나 됐다. 특히 과거 영광을 누렸던 은행주들이 가장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IMF 전만 해도 시총 상위 50위권에 은행주는 14개 있었다. 당시 조흥은행은 시총 12위, 상업은행 19위, 한일은행 20위, 서울은행 27위, 장기은행 32위, 주택은행 34위, 한미은행 40위였지만 지금은 역사 속 이름으로 남았다.
신한지주(11위), KB금융(14위), 하나금융지주(31위), 우리은행(33위), 기업은행(40위) 등이 시총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순위에서 밀려난 기업들도 상당수다. 20년 전 시총 16조원으로 1위를 차지했던 한국전력은 삼성전자에 자리를 내주고 5위로 뒷걸음질했다. 포항제철(POSCO)도 3위에서 9위로 밀려났다. 증시가 수출기업 위주로 재편된 영향이 컸다.
인수·합병으로 이름이 바뀌어 시총 50위권 명단에 있는 기업들도 있다. 20년 전 시총 9위였던 LG반도체는 현대전자에 흡수합병됐다가 SK하이닉스로 간판을 바꿔 2위로 우뚝섰다. 한국이통은 SK그룹에 인수돼 SK텔레콤이 됐다.
최근 시총 상위 자리는 현대모비스(6위), SK이노베이션(19위), 롯데케미칼(20위), 현대중공업(24위) 등 자동차, 화학, 정유 부문이 꿰찼다.
이와함께 신성장 종목도 순위권에 진입해 눈길을 끈다. 모바일 강화로 시총 7위에 네이버가 있고 카카오는 49위에 들었다.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는 48위다.
한류 스타들의 피부 비결은 한국산 화장품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시총 13위, 2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독보적이었다. 순위는 20년 전보다 한 계단 올랐지만 시총은 4조원 수준에서 254조원으로 60배 넘게 불었다. 주가도 4만4000원에서 180만5000원으로 50배 가까이 올랐다.
현대차도 23위에서 3위로 순위가 뛰었고 8000억원이었던 시총도 33조원으로 늘었다. 국민은행은 15위에서 14위로, 삼성화재는 28위에서 23위로, 삼성물산은 29위에서 8위로, LG화학은 33위에서 15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