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식 공공리더십연구원 이사장, 도시공학 박사 |
도시는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을 소비하나, 자연과 더불어 지속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는 탐욕과 경쟁이 만연하고 이기심의 극대화와 승자독식 논리가 성행하나, 인간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상호의존적이며 호혜적 생명체라는 기본적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도시재생에는 상호 모순적이며 상호 갈등하는 원인과 해결방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가 도시존립의 목표이거나 가치가 돼야 하고, 자연은 함께 살아나가는 수평적 관계를 넘어 본질적이며 초월적이고, 영원히 이어지는 무한의 영역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결국 도시구조, 도시의 삶, 도시의 미래에 관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목표와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완성을 위한 방법과 전략의 선택이 될 것이다. 도시재생의 방법은 도시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고 기발하며 의외일 수가 있다. 도시재생은 우리 의식 속에 자리한 과학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21세기를 지배하는 주류 관점의 핵심은 과학만능주의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은 자연세계에서의 보편적 진리와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체계적 지식체제다. 과학세계에서 당연히 따라야 하는 보편성과 일관성은 일상 속에서도 그대로 행해야 하는 진리이자 원칙이 되고 있다. 과학적 사고방식인 보편성과 일반화는 사회와 국가도 어길 수 없는 절대 원리로서 다수의 폭거와 횡포의 기준이 되고 소수는 무시되거나 배제된다.
과학은 피도 눈물도 없이 법칙이나 원리에 매어있는 기술이나 기법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와 무생물을 포함하는 우주적 실존과 질서를 담아내는 범학문적 영역이다. 과학은 숫자나 법칙으로 담아낼 수 없는 깊은 사랑과 관심의 영역이며 여유롭고 호기로우며 한없이 자애로운 그 무엇까지도 포함한다. 이러한 과학의 의미에 관한 보편적, 일반적 인식이 따를 때 과학은 이 시대와 미래를 이끄는 명제로서 지속가능하며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키우며 세상을 가득 채우게 한다. 과학이 주는 상상력은 과학을 통해 현실이 되기도 한다. 상상력은 인류의 유전인자 속에 깃든 무한의 자원이며 축복이다. 상상력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한계를 무시하며 시간과 공간까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이 가진 무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일반화된 진리와 법칙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은 논리적 흠결이고 모순이다. 과학이 스스로 이제까지의 목적으로 삼아온 완벽한 일반화와 완전한 법칙은 과학지식의 발전에 힘입어 엄밀한 의미에서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 과학적 사고를 확장한다면 큰 틀 속에서 새로운 우주질서의 발견과 정립도 무한대로 가능할 것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적 안목도 다르게 바뀔 수 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와 욕구, 차이와 특성을 일반화하고 획일화하는 과학적 방법이 가능한가? 문명의 붕괴는 문제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대처능력 저하가 원인이고, 원인제공자는 경직되고 고정화된 관점의 노예라면 당신은 동의하겠는가? 도시재생은 결국 생각이 바뀌어야 답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신천식 공공리더십연구원 이사장, 도시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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