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섭 대전충남중기청장 |
정치적 혼란과 청탁금지법 시행, AI 확산 등 대내적 요인은 내수시장을 더 얼어붙게 하고 있다. 불확실성 확산으로 기업의 신규투자는 부진하고 이는 실업률 증대로 이어져 내수부진의 악순환이 빚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 환경과는 별도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로 2017년은 우리 경제에 큰 변곡점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생산가능 인력이 감소하기 시작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적으로도 큰 변화가 예상되며 그 방향성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쉽게 가늠하기가 어렵다. 본격적으로 밀려올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처음 제시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세상은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좀 더 살을 붙여 “작고 빠른 물고기 무리가 크고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말하고 싶다. 작고 빠른 물고기 혼자만으로는 큰 물고기를 사냥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거대한 무리를 이룬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많은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두렵다고 토로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시기야말로 중소·벤처기업이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전의 첨단기술 기반 중소·벤처기업들에게는 한단계 도약을 위한 매우 좋은 기회다. 대전은 AI(인공지능), IoT, ICT, AR·VR, 각종 센서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과학기술을 보유한 인재들과 중소·벤처기업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를 제외하고 이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이고, 이를 시현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변화를 이끌 핵심기술을 중심으로 한 이종기술 간 융·복합과 협업이다.
2017년을 우리 중소벤처기업이 세계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변곡점으로 삼기 위해 필자는 R&D와 마케팅을 위한 '수평적 협업'을 제안한다. 대전의 우수한 인프라와 인적자원을 활용한 핵심기술 중심의 '작지만 빠른 중소벤처기업 무리'를 형성하자는 제안이다. 구성된 협업체는 서로의 이익을 먼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타적인 자세로 수평적 협업을 통해 혁신기술과 제품을 창출한 연후에 성과를 공유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협업체는 단지 R&D에만 국한되지 않고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성될 수 있다.
새해부터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1997년과 2008년의 큰 경제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해낸 지혜와 경험이 있다. 역내 중소벤처기업이 수평적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저력을 발휘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주역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이인섭 대전충남중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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