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쪽 벽이 사라진 유천시장 내부 모습. 상인들은 바람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비닐과 현수막을 설치했다. 임효인 기자 |
대전 중구 유천시장이 추운 겨울나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인근 아파트 공사로 시장 벽면 한쪽을 철거한 뒤 보수가 안 된 채 방치되면서 제대로 된 운영이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24일 자 보도>
2일 오후 찾은 유천시장의 내부 온도는 바깥과 같은 영상 4도로 상인과 손님 모두 몸을 웅크린 모습이었다. 손님이 거의 없는 시장에는 찬 공기가 잔뜩 스며들었고 문을 닫은 점포도 쉽게 눈에 띄었다. 임시방편으로 비닐과 현수막으로 바람을 막았지만 뚫려 있는 공간으로 들이닥치는 바람을 막을 순 없는 모양새다.
상인 A(79ㆍ여)씨는 “어제랑 그제는 너무 추워서 점포 문을 닫았다”며 “얼마 전 눈이 많이 왔을 때는 바람에 눈이 들이닥쳐서 눈 치우느라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B(78ㆍ여)씨도 “추워서 장사하기 힘든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추운데 어떻게 장사하냐고 손님들이 걱정하는 판국”이라고 한탄했다.
유천시장을 자주 방문하는 주민 C(69ㆍ여)씨 역시 “시장이 너무 추워서 장 보는 게 힘들다”며 “관계당국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놔둘 건지, 빨리 공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초 인근 아파트 공사 시작과 함께 시장 한쪽 벽면을 부순 이곳은 애초 시공사가 보수를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떠나면서 2년 넘게 같은 상태로 놓여 있다.
보다 못한 상인회가 대전시와 중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진행 사항이 없어 상인들의 걱정은 커져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구는 중소기업청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실정이다. 사업비의 5~10%는 상인회가 부담해야 하지만 상인들이 이를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으면서다.
정종태 유천시장 상인회장은 “시장이 많이 침체돼 상인 대부분이 월 30만원가량 임대료도 버거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인회가 부담해야 하는 게 300만원 정도인데 인접한 상가 7~8곳에서 부담하기는 큰돈이고 전체 상가에 돈을 걷기엔 반발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구에선 당장 겨울을 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눈과 바람을 막을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비용 문제를 이유로 미루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임시 조치보다 영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효율성 면에서 낫다고 판단해 미룬 것”이라며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시설현대화 사업 안내 공문을 두 차례 보냈는데 현재까지 신청은 없는 상태다. 상인회장과 협의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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