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고연령, 충청권, TK, 보수로부터 지지
황교안 최대 수혜자로 평가..유승민, 안철수도 기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레이스에서 낙마하면서 반 전 총장 지지층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대선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도 2위를 유지했다.
귀국 다음 날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누르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0%에 달하는 반 전 총장 지지층의 마음이 대권 향배를 좌우할 결정적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 전 총장 지지층은 이념·연령별로는 보수 성향 고연령층에 집중돼 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과 충청권에 몰려있다.
연합뉴스와 KBS가 지난달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대구·경북(25.1%)과 대전·충청(23.2%), 60대 이상(36.0%), 새누리당 지지층(51.5%), 개혁보수신당(현 바른정당) 지지층(35.3%)에서 지지도가 높았다.
이 때문에 반 전 총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반 전 총장 낙마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러브콜을 받고 있고, 보수·진보사이에서 뚜렷한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은 반 전 총장과 달리 확고한 보수색채를 띠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보수 진영을 하나로 묶는 보수표 결집에 유리한 카드로 주목받는 이유다.
리얼미터가 지난 1일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 지지자의 20.4%가 황 권한대행 지지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적통임을 자임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반 전 총장 낙마 수혜자로 꼽힌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반 전 총장 지지자 10.9%가 반 전 총장 사퇴 후 유승민 의원으로 마음을 돌렸다.
‘보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TK 출신 4선 의원인 유 의원은 ‘보수 후보 단일화론’을 주장하면서 황 권한대행을 제외하면 현재 범여권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워 ‘배신자’ 이미지가 남아있는 탓에 TK에서 지지율이 높지 않은 점은 유 의원이 풀어야 할 숙제다.
보수 진영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도 혜택을 보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반 전 총장 지지자 11.1%가 문재인 전 대표에게 이동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9.1%, 안희정 충남지사는 7.6%의 지지층을 흡수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반 전 총장 낙마 혜택을 누리는 분위기다.
안 지사가 충청 출신인 만큼 반 전 총장에게 향하던 충청권 표심이 안 지사에게 집중될 경우 ‘충청대망론’ 기수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들 중 비교적 온건·합리적 성향으로 반 전 총장 지지층을 흡수하기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상당 기간 선두를 독주한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대세론’을 굳힐 기회를 얻게 됐다.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 반기문’의 양강구도가 해체되고, 본인이 주장한 ‘문재인 대 안철수’ 일 대 일 구도를 형성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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