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혜민 지음 / 수오서재 / 2016刊 |
“흐르는 강물처럼”의 명대사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영화의 대사는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이 책은 이해하지 못하는 누군가를 사랑하기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사랑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보다는 지치고 힘든 나를 내 자신이 먼저 사랑하고 보듬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인 듯 하다. 그렇게 했을 때,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타인도 나를 돌아보듯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읽어보아도 좋을 만큼 아주 구체적인 소제목이 달려있다. “너무 착하게 살지 말아요, 서운한 감정 다루기, 노력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가 찾고 있는 것에 답을 주듯 고개가 끄덕여졌다. 혜민 스님이 다루는 모든 이야기는 친절하고 따뜻하며 작은 울림이 있다. 그것이 마약처럼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책은 자꾸 펴서 읽으면 되니 참 고마운 일이다.
우리는 내가 가진 것은 보이지 않고 오직 남이 가진 것만 좋아 보이고, 남은 다 잘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고 내가 하는 일은 항상 꼬이고 엮여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막상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들도 나처럼 실로 사소한 여러 가지 일에 실망하고 한 가지 이상의 고민을 가지고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소제목들은 어딘가 평범한 완벽하지 않는 우리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앞만 보고 달려보아도 나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나는 이래저래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부딪히고 무언가 나는 억울한 것 같고, 좀 답답하고... 그럴 때 어느 부분이라도 펼쳐 읽으면 세상의 많은 완벽하지 않은 모든 것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혜민 스님은 이야기한다.
“우리는 무엇을 잘 했기 때문에 사랑받을만한 것이 아닙니다.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사랑받을만한 것입니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 주세요. 좀 부족해도 좀 실수해도 괜찮아요. 세상이 요구하는 완벽함을 갖추지 않아도 우리 존재는 이미 가치가 있고 사랑받을 만합니다.” 한번쯤 자신의 존재자체를 부인하고 싶을 만큼 힘들 때, 밑도 끝도 없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때는 그냥 되뇌어 보아도 좋겠다. 존재하는 것 자체로 가치가 있고 사랑받을 만하다고, 자기 최면이라도 걸어서 살아 보아야겠다.
내가 느끼는 초라하고 변변찮은 감정들을 세상의 완벽해 보이는 많은 사람들도 고민하고 있구나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책이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사소한 일에 분노를 느끼고 그 분노를 어디에 풀길이 없어 답답하기도 하고 위축되어서 모든 것이 심드렁해지는 일이 있다. 그렇게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강석미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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