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마땅한 해법 없어…정부 해결 촉구 목소리
대전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에 반입된 ‘사용 후 핵연료’의 반송을 두고 대전-부산 정치권 간 감정싸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연이 사용후 핵연료를 발생지로 다시 돌려보내겠다고 발표하자 부산 등 영남지역 정치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지역 정치권이 반입된 사용 후 핵연료를 앞으로 3~5년 뒤 발생지로 돌려보내겠다는 원자력연 측의 계획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지난 17일 논평을 내고 “사용 후 핵연료봉을 의견 수렴도 없이 세계 최대 원전밀집지역인 고리로 이전하는 것은 지역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면서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 아닌 공개토론 등을 거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도 같은날 “잇단 지진 발생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부산에 사용 후 핵연료봉을 들이려는 정부 방침은 부산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부산지역 정치권 반발을 종합해보자면 고리 원전에 다시 반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동시에 현재 보관하고 있는 대전 내 원자력연에 두고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원자력연은 핵연료 연구개발과 국산 핵연료 성능검증, 손상 핵연료 원인 분석 목적으로 고리 원전 등에서 지난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사용 후 핵연료 3.3t(1699봉)을 반입,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에게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연구용 원자로가 가동 중인 연구원 일원에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음에도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2만 9728드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도 보관돼 대전 지역사회에서 잇단 반발이 쏟아졌다.
그 결과, 원자력연 측은 개별 연료봉 단위 130봉은 3년 뒤 반출키로 했고 다발 형태 연료병 집합체 1569봉은 새 반환용기 개발이 완료되는 5년 뒤부터 단계적으로 이송한다는 계획 등을 내놓았다.
정부의 반송 약속에도 부산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함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지는 미지수다. 당장, 대전시로서도 마땅한 해법이 없는 모양새다.
대전시의회 원자력안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조원휘 의원은 “(원자력연이 내놓은 계획을 보면) 5년 뒤부터 보내겠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도 부산지역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낸다고 해도, 정말 보낼 수 있을 지도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자체 간 마찰 우려에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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