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대전ㆍ세종지사를 이끄는 정상철<사진> 회장의 말이다.
지역의 대표 교육인으로 살아온 정 회장은 지역에 봉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대한적십자사 제31대 대전ㆍ세종 지사 회장으로 지난해 10월 취임했다.
정 회장은 충남대 제17대 총장,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저성장, 불황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너무나도 익숙한 현재 '나눔'과 '공생'으로 함께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차디찬 바람으로 어려운 이웃들이 힘들어 하는 겨울,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 회장을 만나 취임 소감과 주요사업, 향후 포부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소감과 각오에 대해 말해달라.
▲적십자사 대전세종지사 회장 자리는 '물음표'이자, '느낌표'이자, '쉼표'다. 먼저,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디로 향하는 지에 대한 물음이다. 어느덧 34년 학생들을 가르쳤다. 총장직을 역임 후 생각의 전환을 위해 팔도로 여행을 다녔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제 마음 속에 생긴 “바로 이거다!”라는 감탄의 느낌표다.
적십자사는 해외모금단체와 다른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웃들을 위해 직접 물심양면으로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저성장, 불황 이런 단어들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바로 비록 더디게 나아간다 해도, '같이' 가 더 중요하다.
'적십자는 어떤 곳일까? 나도 함께할 수 없을까?'라고 생각하게 하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기관이라는 쉼표다. 쉼표는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증이 들게 한다.
적십자 대전·세종지사는 마침표의 완벽함보다는, 항상 그 다음이 더 기대되는 '쉼표'의 가능성을 추구하고 싶다.
-적십자가 하는 일과 지역에 어떤 서비스(주요 사업)를 펼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적십자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은 '인도주의'다. 적십자는 시작도 사람, 마지막도 사람이다. 언제나 사람을 우선시하는 단체이기에, 더 어렵고, 더 힘든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 주된 사업은 구호, 사회봉사, 지역보건, 안전, 청소년적십자RCY, 국제협력 등 크게 6개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구호사업은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구호품을 전달하는 재난구호다. 지난해 3월에 발생한 용전동 가스폭발사고와 같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원하기도 했다.
사회봉사 사업은 소외계층의 고통 경감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 관리 및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희망풍차 프로그램인데 아동청소년, 다문화가족, 노인, 북한이주민 4대 취약계층에게 의료, 주거, 생계, 교육 등 각 가정이 꼭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는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이다.
세 번째로 국민의 질병 예방과 건강한 노후를 위해 지역보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심리사회적 지지교육 등 시민 보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에이즈 예방 및 보건지식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청소년 적십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매년 전국 RCY 백일장 및 그림그리기 대회, RCY위원회와 함께하는 연탄 나눔, 우정의 선물상자 제작 등 특화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한다.
국제협력 활동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2012년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오지마을 주민의 보건 및 위생환경 개선을 위해 물과 위생사업(WATSAN Project)을 실시, 3년간 누적 활동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봉사활동 중 기억에 남을 만한 활동은.
▲지난 1월 1일 동네 어르신들을 초청해 떡국을 대접했던 시무식 떡국 나눔 봉사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직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떡국을 끓여서 대접해 드리고 작은 선물도 드리는 게 좋겠다는데 생각이 모아졌다.
봉사활동에 드는 비용은 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충당했다.
준비하면서 날도 추운데 과연 어르신들이 떡국을 드시기 위해 지사까지 찾아오실까, 떡국이 남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모두 기우였다.
예상한 인원이 200명인데, 그보다 훨씬 많은 어르신들이 적십자를 찾았다. 떡국이 부족했다. 중간에 재료를 급히 구해오는 것이 조금 어렵긴 했지만, 어르신들이 정말로 기뻐하며 고맙다는 말씀을 연거푸 하시는 모습에 보람을 전 직원이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현재까지 하면서 부족하거나 아쉽다고 생각되는 점은.
▲아직도 적십자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 생각한다.
'적십자'라고 하면 얼핏 헌혈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지사에서는 뭘 하는가?'라는 질문을 지금도 가장 많이 받는다.
적십자사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이 모여, 그것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과 희망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십자가 널리, 많이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
중점 추진 중인 '희망 나눔 천사학교', '희망풍차 솔루션 긴급지원' 등 특색 있는 사업을 알려 더 많은 분들이 나눔에 동참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첫째, 재원 조성 전략을 다변화시킬 예정이다.
인도주의 사업 수행을 위해 재원을 조성하는 방식으로는 회비 모금, 정기 후원, 사회협력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앞으로 정기후원과 사회협력 분야에서 더 많은 분들이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에 관심을 갖고 동참할 수 있도록 채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자 한다.
적십자 재원조성의 가장 중요한 모토는 '십시일반'이다. 고액기부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소액기부자가 모여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 적십자사를 나눔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 '봉사활동 할 만한 데 추천해줄 수 있어?', '적십자로 가봐. 정말 괜찮은 곳이야.'라고 사람들이 서로에게 묻고 답해줄 수 있을만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 적십자봉사원의 예우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자 한다. 봉사원들은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언제나 자기 가족 일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발 벗고 나선다. 그 노고에 걸맞은 대우를 제대로 해 드리는 게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회원들과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십시일반의 정신을 몸소 실천해주고 계신 회원 분들 대부분이 어떻게 하면 적십자의 좋은 일들을 더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여러 방식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익명으로 회비모금에 동참하거나, 몇 년간 소중히 모아온 저금통을 들고 지사로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초등학생들이 동아리를 꾸려 물건을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을 좋은 곳에 쓰고 싶다며 선뜻 내놓기도 한다.
이러한 분들과 직원들은 시대의 작은 영웅들이다.
어려운 이웃 한 분이라도 더 도와드리기 위해 밤낮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요즘 상황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고, 변화가 필요한 사업은 과감하게 혁신해 나아가겠다.
앞으로 저와 함께 더 열심히 뛰어달라고 부탁과 격려의 말을 동시에 건네고 싶다.
▲정상철 회장은
-1971년 대전고등학교 졸업
-1978년 서울대학교 사회대 사회학과 졸업(학사)
-198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석사,박사)
-1994~1995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
-1994~2016년 대한적십자사대전세종지사 사회봉사자문위원
-2003~2005년 충남대학교 경상대학 학장, 경영대학원 원장
-2004~2005년 한국정보기술응용학회 회장
-2007~2008년 충남대학교 기획처장
-2012~2016년 충남대학교 제17대 총장
-2014~2015년 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장
-2016~현재 대전법원 시민사법위원장
-2016~현재 대전시 정책자문단장
대담=박태구 사회부장
정리=구창민·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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