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 한국도 다문화를 맞이한 지 오래다. 한국인과 결혼해 다문화가정을 꾸린 이들이 전국에 30만 가구에 달한다. 국제결혼으로 맞이한 한국의 다문화가정은 초기 인권 문제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모은 결과 정착 단계서 제기된 문제의 산은 한 단계 넘었다는 게 각계의 목소리다. 진정한 다문화시대를 열기 위해 이젠 한 단계 넘어선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이에 본보는 다문화가정의 실태와 그들에 대한 지원 현황을 진단하고 격차 없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총 세차례에 걸친 기획시리즈를 통해 점검한다. <편집자 주>
11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에 온 한이슬(여ㆍ33ㆍ베트남 이름 팜티녹빛)씨는 3년째 대전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베트남어 통번역 일을 하고 있다. 남편을 만나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지만 가족과 자신을 돕는 여러 기관의 조력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한씨는 말했다.
한씨가 지난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며 20여 년간 사용하던 탐티녹빛(Pham thi ngoc bich)이란 이름 대신 이슬이란 이름을 가졌다. 현재는 여느 한국 엄마들과 다를 거 없이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기르며 살고 있다.
한씨의 한국생활 정착기가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게 낯설었던 결혼 초기, 낯선 한국 문화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5년여간 다닌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언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조금씩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한씨는 “한국어를 못했는데 신랑의 응원과 힘이 있었기에 한국말을 배우고 통번역 일을 하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씨와 같이 결혼으로 한국에 와 가정을 꾸린 이들을 총칭하는 결혼이주자들이 대전ㆍ세종ㆍ충남지역에만 2만명을 넘어섰다.
2015년 11월 거주 기준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대전에는 5610명, 충남에는 1만 4035명, 세종에는 785명의 결혼이주자(결혼이민자ㆍ혼인귀화자)가 살고 있다. 이들이 남편이나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2세를 낳은 수를 포함하면 대전과 충남ㆍ세종에만 다문화가족 8만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많은 경우가 결혼으로 한국에 왔으며 출신 국가는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등이다.
10여 년 전 농촌 인구 부족으로 도입된 국제결혼은 초기 성행하다 최근 주춤한 상태다. 여러 부작용이 사회문제로까지 제기되면서 단순히 결혼을 추진하기보단 신중을 기하려는 국내ㆍ외 미혼남녀의 판단 때문이다.
결혼해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구의 경우 이젠 어느정도 정착기에 접어들었다. 한국문화 전반과 언어 등 정착 초기 단계에 대한 기초지원이 가능해지면서다.
대전시 관계자는 “매년 외국인 증감 추이를 파악한 결과 지역에 외국인 인구가 매년 늘고 있다”며 “현재 대전에선 5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조기 정착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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