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제수용품 비용 23만원
골파는 하루사이 2000원이나 올라
오징어와 명태는 수급물량 적어
aT 3주간 현장조사로 실시간 가격 제공
“신고배 4개 만 원!”
“동태포 만원만 줘유~”
민족의 대명절 ‘설’을 나흘 앞둔 24일 오전 대전중앙시장의 아침풍경은 활기찼다.
아침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져 몸을 에이는 칼바람이 불었지만, 상인들은 모닥불과 전기히터에 간간히 몸을 녹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던 오전 10시30분부터는 시장 곳곳에서 흥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많이 샀는데, 뭐 없어요. 김이라도 하나 더 줘요.”
40여 년간 건어물 가게를 하고 있다는 상인은 손님의 앙탈에 흔쾌히 덤 하나를 검은 비닐에 찔러 넣어준다. 중앙시장 골목마다 맛있는 냄새, 기분 좋아지는 미소, 설을 앞둔 기대감까지 한파를 녹이는 따뜻한 민심이 공기를 타고 퍼져 나왔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는 3주간 설 차례상과 설 선물 비용을 조사해 발표해 오고 있다. 축적된 자료는 농산물 가격정보 앱 ‘KAMIS’를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국민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24일 aT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물가조사반은 대전중앙시장과 역전시장에서 3차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기자가 이 자리에 동행했다.
“어머니, 오늘 물가는 좀 어때요?”
“오징어가 비싸. 안 잡혀서 큰일이여.”
“과일은 대체로 가격이 비슷한데, 배만 올랐어”
“골파가 어제보다 2000원이나 올랐네!”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한파, 평년보다 따뜻했던 12월 날씨까지, 채소와 생물은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한파에 골파와 쪽파는 하루사이 ‘금파’로 불렸다. 골파는 2000원이나 급등해 한단에 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과 오징어는 물론 추워야 잡히는 명태는 물량이 제대로 풀리지도 못했다며 각 점포마다 상인들의 한숨은 이어졌다.
작년 작황부진을 겪은 탓에 사과 배는 주먹보다 조금 컸다. 제수용으로 팔리는 배는 가격이 꽤 올랐는데 1개에 5000원에 육박했다. 24일 중앙시장 내에서 신고배 10개는 2만9947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닭은 미리 사두면 안돼. 26~27일 동안 가장 많이 팔릴 겨. 일반 닭은 6000원, 토종닭은 만원이유.”
그나마 다행인 것은 AI 직격탄을 맞았던 계란과 닭 가격은 다행히 변동이 없었다는 점이다. 계란값은 8500선에서 가격 오름세가 멈췄고, 닭은 AI 파동 이전과 큰 차이 없는 가격에서 거래됐다. 또 포, 약과 등 가공품이 대다수인 차례용품은 매년 큰 변동이 없어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중앙시장 상인은 “한파가 오면 중앙시장이래도 썰렁한데, 설밑 대목이니까 오늘 오후부터는 사람이 꽤 나올 거예요. 예년만큼 덤 문화가 풍족하지는 못해도 다른 곳보다는 저렴하니까 많이들 찾아오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aT 관계자는 “3주간 진행한 설 물가파악조사는 물가조절의 일환이다. 정부가 비축한 물량을 풀기도 하고 가격조정의 기초가 된다. 올 설 물가는 크게 오른 품목은 없지만 한파로 인해 채소류나 수산물이 다소 올랐다. aT가 제공하는 설 물가 정보를 통해 현명하고 알뜰한 설 준비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aT가 지난 18일 발표한 차례상 구입비용은 25만 2518원이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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