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음악회로 유동인구 늘고 매출상승 효과 ‘톡톡’
아이 작은 어깨 위에서 두툼하고 주름진 아빠의 손가락이 박자를 탄다.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는 노랫말에서였나.
백발 성성한 70대는 흘러간 옛노래 빈대떡신사의 하이라이트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를 신나게 따라부른다. 애를 둘러업고 선 젊은 엄마들은 ‘오페라의 유령’을 부르는 소프라노의 고음에 큰소리로 환호한다.
지난 21일 오후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힐링음악회를 찾은 300여 시민들은 앉거나 서서 몸을 흔들고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며 공연에 빠져들고 있었다.
‘O2(오투)린’소주를 생산하는 대전·세종·충청대표 주류기업 (주)맥키스컴퍼니(회장 조웅래) 주관의 ‘2017 중앙로 지하상가 힐링음악회’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주 금·토요일 24차례에 걸쳐 열린 힐링음악회는 침체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로지하상가운영위원회는 작년 힐링음악회 공연기간 유동인구가 2015년 1∼3월대비 20% 늘었고 상점 매출액은 5%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맥키스오페라의 공연은 클래식에 대중가요, 뮤지컬, 개그 요소 등을 접목해 남녀노소 국적불문 3대가 부담 없이 함께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올해는 2월25일까지 매주 토요일(설 제외) 7회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주변상인들은 모여든 사람들을 보며 반색했다. 지하상가에서 19년째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준석씨(47)는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가게는 힐링음악회 공연 전후를 비교해 10%정도 매출이 늘었다”며 “비수기인 1∼2월 겨울철에 공연이 열리니 그나마 장사가 좀 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인 강병두씨(41)는 “힐링음악회 소문을 듣고 일부러 지하상가를 찾아온 사람들도 있다보니 아무래도 매출에 도움이 된다”면서 “매출을 떠나 지역기업이 지역과 상생하고자 하는 마음씀씀이가 더 고맙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클래식공연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채윤(7)·하윤(4) 자매와 공연장을 찾은 강종진(40)·노재순씨(37) 부부는 “아이들에게 문화공연을 보여주려고 왔는데 애들보다 우리가 더 신나게 즐긴 것 같다”며 “주말 한번만 공연을 한다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공연시간에 맞춰 지하상가 인근에서 점심을 먹었고 공연 뒤에도 지하상가에 머물며 아이 부츠를 사고 저녁을 사먹겠다고 했다. 작은 문화공연이 불러온 지역경제의 선순환 모델이다.
정인수 중앙로지하상가운영위원회 회장은 “맥키스컴퍼니의 오페라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지하상가 분위기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상인들과 힘을 모아 지하상가는 물론 원도심 상권이 살아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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