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처럼 보인다던 옥정호의 섬은 이름도 정말 붕어섬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데, 예전 주민들은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진 산이라는 뜻으로 외얏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산이었던 외얏날이 붕어섬이 된 건, 옥정호가 2700여 세대의 집들을 삼킨 인공호수이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개발을 위해 임실 운암면, 심평면, 강진면과 정읍 산내면에서 2만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야 했다. 지금은 전국에서 찾아와 찍는 물안개로 유명한 출사 명소다. 사진에 담긴 그 물안개에는 정든 고향 떠나던 이들이 흘린 눈물도 함께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붕어섬의 금붕어는 물이 마를수록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물이 차오르면 화려한 지느러미를 자랑한다. 겨울이라 많이 가물었다면 넓적한 금붕어조차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다행히 붕어섬은 붕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만 살을 찌운 상태였다. 52년전엔 나무가 자라고 마을사람들이 삼삼오오 올라 땔감을 주웠을 산은, 자신이 섬이 되어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섬이 된 산은 말없이, 물 속에 잠긴 마을을 굽어보며 안개에 잠겨있을 뿐이다.
옥정호 너머로는 산등성이가 파도처럼 넘실댄다. 그 사이로 굽이굽이, 도로가 S자를 그린다. 한국관광공사가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한 옥정호 순환도로다. 운전하는 동안 앞을 봐야할 눈이 자꾸만 옆의 풍경을 향했던 건 그만큼 이 길이 아름답기 때문이겠다. 산 너머로 사라져가는 해가 황금빛으로 도로를 비춘다.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긴, 길의 곡선을 눈으로 훑는다. 눈이 머무는 그 끝은, 또 떠나고 싶어지는 여정이었다.
▲가는길=승용차로 호남고속도로지선과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 반 정도 달리면 국사봉 전망대에 도착한다. 대중교통은 기차로 임실역에 도착해 관촌 방향 버스를 타고 사선대 정류장에 내린 뒤, 강진 방향 버스로 갈아타서 입석 정류장에 내려 10분 가량 걸으면 된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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