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젭토스페이스/잔 프란체스코 주디체 지음/휴머니스트 刊 |
1991년 만들어진 '젭토미터'(zeptometer)라는 길이 단위가 있다.
젭토미터란 1밀리미터의 10억 분의 1의 10억 분의 1에 해당한다. 여기서 '젭토zepto'라는 접두사는 숫자 7을 뜻하는 '셉토septo'에서 가져왔는데, 젭토가 1,000-7이기 때문이다.
젭토스페이스는 젭토미터로 잴 수 있는 공간을 탐험하는 '대형하드론충돌기'(LHC)에 얽힌 얘기를 다룬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또는 양성자 가속기)이다.
LHC는 1994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지대에 설치됐고 2008년 첫 가동을 시작했다. 27㎞ 길이의 지하터널에서 양성자는 원형 궤도를 돈다. 지하 100m에 8만㎥에 이르는 인공동굴이다.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가 운영하며, 2012년 마침내 '신의 입자'라고 하는 힉스 보손(higgs boson)의 존재를 발견했다.
지은이는 이 연구소 소속의 이론물리학자로, LHC와 힉스 입자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당연히 어려운 이론물리학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일인데, 지은이의 뛰어난 글솜씨 덕분에 한편의 오디세이가 된다. “LHC는 약 100젭토미터 이하의 거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대한 현미경처럼 작동한다. (우리는 이제) 극단적으로 짧은 거리에서 드러나는 미지의 기이한 공간으로 떠난다. 거기서 무엇을 만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힉스입자 발견의 중심에 서 있는 LHC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힉스를 다뤄온 책은 더러 있었지만, 우리는 그 발견의 현장에서 처음과 끝을 함께 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CERN의 이론물리학자이자 가속기 연구에 평생을 바쳐 온 잔 프란체스코 주디체가 말하는 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공간 속으로 들어가 신의 입자 힉스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원서는 힉스입자 발견 전인 2010년에 출간되었다. 저자 주디체 박사는 이후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 힉스입자의 발견까지 한국어판에 모두 반영해 독자들에게 LHC의 연구와 그 활동의 의미를 전해주고자 노력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입자의 문제>에서는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입자 세계와 물리학자들이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최신의 발견을 이해하려면 입자물리학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금이라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부 <젭토스페이스로 가는 우주선>에서는 힉스입자를 발견한 LHC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LHC가 건설되기까지 어떤 기술이 사용되었으며,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방법으로 실험이 진행되는지 현장에서 연구하는 연구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LHC의 현장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3부 <젭토스페이스에서 수행할 임무들>에서는 과학자들의 상상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힉스는 왜 존재해야만 하는지, 우주에 남겨진 비밀은 어떻게 풀 수 있는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즉, 이 책은 힉스를 찾는 과학자들의 시도부터 LHC를 만들기까지, 그리고 우주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탐구하는 물리학자들의 모험을 담고 있다.
이 여행은 물질의 내부를 깊이 탐구하려는 LHC 모험의 마지막 장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볼 때, 힉스보손은 최초의 징후일 뿐이다.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와 우리가 답하고 발견해야 할 많은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잔 프란체스코 주디체 지음, 김명남 옮김/휴머니스트·2만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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