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현금 100조 육박 ‘사상 최대’… 예금회전율·통화승수 최저
지역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 하락… 최순실 사태·경기부진 여파
시중에 풀린 돈이 돌지 않고 고여만 있는 이른바‘돈맥경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빚어진 정국 혼란과 얼어붙은 소비심리 등 지역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풀려 유통되는 현금의 총량을 뜻하는 화폐발행잔액은 작년 말 현재 역대 최대인 97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말 86조8000억원과 비교해 10조6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현금뿐만 아니라 예금잔액 등을 합친 광의통화(M2)는 작년 11월 말 기준 2406조3935억원(평잔·원계열 기준)에 달해 처음으로 24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돈이 시중에서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본원통화가 통화량을 얼마나 창출하는 효과를 냈는지 보여주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작년 11월 현재 16.7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화의 유통속도(국내총생산/M2)는 작년 3분기 현재 0.69까지 하락했다.
예금회전율은 작년 11월 3.8회로 전월 대비 0.2회 상승했지만, 여전히 역대 가장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에 맡긴 예금을 인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가 발표한 ‘2016년 11월 중 지역 실물경제 동향’ 보고서를 보면 대전의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5.4%로 전월 2.1보다 크게 밑돌았다. 이 가운데 백화점 판매액지수는 -8.1, 대형마트 판매액지수는 -2.7로 집계됐다. 충남(세종시 포함)도 지난해 11월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가 -0.5로 전월 2.6보다 낮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의 유동성은 풍부해졌지만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소비심리도 위축됐다”며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