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창래 대전성모병원 안과 교수 |
우리는 눈을 통해서 빛을 보게 된다. 이는 곧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우리가 빛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야 하는데 눈앞에서부터 눈물층, 각막, 수정체, 유리체를 순서대로 지나 최종적으로는 망막의 광수용체세포를 자극하게 된다. 따라서 망막 앞의 구조물들은 투명해야 온전한 빛을 망막으로 전달할 수 있다.
백내장은 눈 구조물 중 수정체가 노화, 스테로이드 등의 약제 사용, 외상, 눈 수술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혹은 드물게는 선천적으로 투명성을 잃는 경우를 말한다. 혼탁이 아주 심해지면 겉으로 보기에도 눈동자가 하얗게 보여 백내장으로 불린다.
투명해야 할 수정체가 혼탁해지기 시작하면 '안개 낀 것 같다', '눈이 부시다', '두 개로 보인다' 등 다양한 증상을 불러온다. 혼탁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서 피질백내장, 핵백내장, 전낭하백내장, 후낭하백내장 등 다양하게 구분하지만 궁극적인 치료는 결국 수술이다. 수정체의 직경은 10㎜ 가까이 되어 과거에는 수정체 제거를 위해 눈에 큰 절개창을 내야 했지만 최신 백내장 수술은 2.2~2.8㎜ 크기의 절개창만으로 수정체 내용물을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한다. 대부분은 백내장 수술을 통해 젊을 때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백내장 수술의 한계점도 있다. 일반적인 인공수정체의 경우 노안, 난시 등을 교정할 수 없다.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다초점, 난시 교정 인공수정체도 출시돼 쓰이고 있다. 또한 환자마다 눈에 꼭 맞는 도수의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우리가 키와 몸무게만으로는 몸에 꼭 맞는 기성복을 입을 수 없는 것처럼 눈의 길이가 일반적인 인구의 평균보다 더 길거나 짧은 경우, 혹은 각막에 난시가 있는 경우 등에는 오차가 더 커질 수 있다.
녹내장은 그리스시대 녹내장 환자의 눈이 청녹색을 띠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 녹내장 환자의 눈은 녹색을 띠지 않는다.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는 여러 가지 영양 성분이 포함돼 있는 방수라고 하는 물이 채워져 있다. 이 방수가 눈 안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또 배출되면서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안압이라고 한다. 대개 방수의 배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안압이 올라가게 된다. 안압이 오르면 눈 속 모든 구조물이 압력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때 눈 뒤쪽, 망막 한가운데에 있는 시신경이 버틸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압력을 꾸준히 받게 되면 시신경은 서서히 죽어간다. 이렇게 눈의 비정상적인 압력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생기는 것이 녹내장이다.
녹내장은 무서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안압이 정상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70% 정도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기 때문이다. 즉 정상 안압에서도 시신경이 못 버틴다는 것이다. 또한 증상이 없어서 정작 본인은 병이 있는지,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시야 손상은 주변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녹내장이 중기 혹은 말기로 진행될 때까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회복되지 않으며, 녹내장 치료를 시작한다고 해도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녹내장은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녹내장의 주요 위험요인 중 하나가 연령이기 때문에 40대 이후에는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도 검진을 받아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