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자료> |
조기 심리적 치료 검토 필요성 제기
2년 전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환자를 가까이서 돌봤던 간호사 5명 가운데 1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간호에 참여한 간호사의 외상 후 스트레스와 영향 요인’에 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메르스 치료에 참여했던 간호사 144명 중 32명(22.2%)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연구팀은 메르스로 ‘코호트 격리’된 3개의 상급종합병원에서 감염환자 또는 의심환자를 직접 치료한 간호사를 대상으로 2015년 10∼11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과각성(외상 후 자극에 대해 과민 반응하는 상태) ▲회피(외상 후 생각을 둔화시키려는 노력 정도) ▲침습(외상 후 고통스러운 생각) ▲수면장애 및 정서적 마비·해리 증상 등을 묻는 22개 문항으로 이뤄졌고, 점수 구간은 최저 0점에서 최대 88점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기존의 의료계 기준을 적용해 22점 이상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판정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향’을 보이는 ‘부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18점 이상)에 해당한 간호사는 40명(27.8%)으로 파악됐다.
외상 후 스트레스란 극심한 외상성 스트레스 사건에 노출된 후 정신적, 생리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메르스 최일선에 있었던 간호사가 받은 스트레스는 119구급대원, 소방관, 정신과 병동 간호사가 받는 것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비한 의료진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연구에 의하면, 직업군 중 소방관, 119구급대, 간호사 등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한 편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소방관의 9.7%, 119구급대의 13.8%, 정신과 병동 간호사의 14∼17%, 응급실 간호사의 20.4% 정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의료인은 사건 발생 13∼26개월 후에도 높은 수준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시간이 지나가면서 호전되기를 기대하기보다 조기에 심리적 치료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메르스는 2015년 5월 20일에 국내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이후 확진자 186명, 사망자 38명, 격리 해제자 1만 6752명이 발생했으며, 전체 메르스 감염자 중 39명(21%)이 병원 종사자였고, 그중 간호사가 15명(8.1%)이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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