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탈당하기 보단 “일단 지켜보자”
“충청 지방색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반 총장 우리가 도와야” 공감대는 형성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탈당 후 반 전 총장에 합류할 경우 ‘반기문발 정계 개편’이 현실화되는 동시에 대선 지형도 급격한 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장외에 머물며 세력화에 나설 전망인 만큼 당장 탈당하기보단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지켜보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충청지역 의원들은 총 13명이다.
지역별로 충북 5명(정우택·경대수·박덕흠·권석창·이종배), 충남 5명(정진석·이명수·김태흠·성일종·박찬우), 대전 3명(이장우·이은권·정용기)이다.
새누리당을 탈당 후 바른정당에 합류한 홍문표 의원(예산·홍성)까지 합하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충청권 의원은 모두 14명이다.
지난해 말 친박계를 제외한 나머지 충청권 의원들이 반 전 총장과 정치적 움직임을 함께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때문에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맞춰 충청권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상당수 충청권 의원들은 즉각 탈당을 감행하기 보단 당에 남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비박계가 탈당했지만 새누리당이 보수 정당의 적통을 이어가고 있고, 당이 개혁과 쇄신을 성공할 경우 반 전 총장 영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초선 의원 모임 공동 대표 격인 박찬우 의원(천안갑)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보수 진영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분”이라며 “철저한 혁신으로 당을 새롭게 탈바꿈해 ‘보수대연합’의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반 전 총장 측에 합류하면 반 전 총장이 내세우는 ‘화합과 통합’이 아닌 ‘충청’이라는 이미지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대전 대덕)은 “충청권 의원들이 반 전 총장의 곁에 바로 간다면 오히려 반 전 총장을 충청이라는 지방색에 가두는 것”이라며 “당을 새로운 건강보수정당으로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도 “사람보고, 지역보고 가는 것은 반 전 총장을 도와주는 일이 아니다. 충청지역 의원들은 뒤에서 (반 전 총장을)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수 의원(아산갑) 역시 “반 전 총장이 충청 출신이라고 우루루 몰려가는 모양새는 안된다”며 “참신한 신진들이 나서는 가운데 기성 정치인들은 뒤에서 도와주는 그림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반 전 총장의 가교 역할을 해온 정진석 전 원내대표(공주·부여·청양)도 물밑 작업을 펼치면서도 “뒤로 물러나있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충청권 의원들은 반 전 총장을 도와야 한다는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한 충청권 의원은 “충청지역 의원들 사이에선 각자 생각하는 방법이나 방식은 달라도 같은 충청 출신으로서 반 전 총장을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이 12일 귀국 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오는 18일 열리는 충청권 의원들의 정기 모임에서 반 전 총장 측 합류와 탈당 여부 등의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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