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 귀국 앞 文, 安, 안철수 잇단 ‘충청행’
‘충청 쉽게 내줄 수 없다’ 중원 표심잡기 치열
강력한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귀국을 앞두고 정치권의 충청권 구애가 본격화되고 있다.
충청권은 그동안 ‘캐스팅 보트’ 역할에 그쳤지만 올 대선에선 반 전 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정운찬 전 총리 등이 충청대망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어 충청권 민심 향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들이 새해벽두부터 ‘충청행’에 열차에 탑승하는 등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맞춰 ‘중원(中原)’ 표심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은 12일 오후 5시 30분 귀국, 지하철로 동작구 사당동 자택으로 귀가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이뤄질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이틀 뒤인 14일 고향인 음성을 방문, 부친 선영에 참배하고 충주에 거주하는 모친 신현순(92) 여사에게 귀향 인사를 간다. 사실상 이때가 반 전 총장의 대선 출정식으로 보여진다.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맞춰 충청권 정치지형은 회오리칠 전망이다.
새누리당 충청권 지역구 의원 13명 가운데 강성 친박계를 뺀 나머지 의원은 반 전 총장 측 합류 대상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전석(공주부여청양) 의원은 얼마 전 방미를 통해 반 전 총장을 만난 뒤 합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충남권 대다수 의원이 시기만 남았을 뿐 반 전 총장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에서도 지역구 의원 5명 가운데 원내총무를 맡은 정우택 의원을 제외한 4명이 이미 반 전 총장과 동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원외인 3명의 당원협위원장 모두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동참, ‘친반(親潘)’ 진영에 합류할 것으로 보여진다.
반 전 총장 측은 충청권을 이른바 ‘반풍(潘風)’의 진원지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칫 ‘충청 후보’라는 프레임에 갇힐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그의 귀향에 맞춰 음성과 충주에서 사회단체가 준비해온 대규모 환영행사를 자제해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도 이같은 탓이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충청행’도 잇따르고 있다. 반 전 총장에게 충청권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 전 총장의 귀국 하루 전인 11일 충북을 찾는다.
이날 오후 충북도청을 방문해 같은당 이시종 지사를 만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청주상공회의소에선 지역 경제인들을 만난다.
민주당 충북도당도 10일 “반 전 총장의 귀향 행사를 앞두고 충주에 100여개가 넘는 환영 현수막이 걸리고, 기업을 상대로 한 행사 후원금 모금, 학생동원 계획 등이 거론되는 등 사전 선거운동 의심이 든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견제구를 날렸다.
반 전 총장과 같은 충청출신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10일에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하는 ‘안희정과 함께, 훈밥’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맞춰 재선 충남지사의 위력과시에 나섰다.
안 지사는 지난 8일 “국민의 당 등이 모색하는 반기문 영입 등 제3 지대론은 (1990년)‘3당 야합’과 똑같은 잘못”이라고 반 전 총장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 당 대표도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곧바로 충청권을 향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9일 충북과 충남도당 개편대회에 잇따라 참석, ‘반기문 연대설’을 일축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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