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 별도 기준 필요”
황 권한대행 “합리적인 조정 방안 검토”지시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을 앞두고 경제부처들이 ‘법령 개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시행 1년도 되지 않아 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맞서고 있어, 법 제정 당시에 빚어졌던 부처간 갈등이 예상된다.
8일 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주 열린 경제부처 신년 업무보고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의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상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사회 일각에서 “설·추석 등 명절 선물은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조정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 유관 부처들은 ‘청탁금지법 일부 개정’에 동참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과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경제부처들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법 개정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산되고, 과도한 접대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 시행 이후 소비가 위축돼 농축산업이나 화훼업, 식품접객업, 유통업 등이 실질적인 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관련 업계의 경제적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익위의 입장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정책추진 과정에서 부처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설 명절을 앞두고 서민들 사이에서도 ‘규정 개정’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전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소비위축으로 인해 고급 음식점과 화훼업종 등 일부 업종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어 법령의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명절을 앞두고 법상 가액 한도를 재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사회에 큰 숙제를 던져 준 청탁금지법은 명절 선물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 상한선인 5만원에 맞추느라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과대 포장을 없애고 돼지고기 선물세트를 마련하는 등 실속파를 겨냥한 게 이번 설 명절 선물코너의 특징”이라며 “올해 설 선물코너에 5만원 이하 세트를 절반 이상으로 크게 늘렸다”고 전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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