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부 송익준 기자 |
뉴스를 봐도, 신문을 넘겨봐도 이 말은 항상 나온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뼈저리게’라던가, ‘피눈물 나게’ 말이다. 지금은 ‘반성의 시대’다.
사전을 뒤적였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그 단어가 등장했다. 반성(反省). 1)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봄. 2)자기 자신의 상태나 행위를 돌아보는 일.
예문을 봤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 ‘깊이 반성을 하다’, ‘반성의 빛이 역력했다’, ‘내 삶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예문을 주르륵 읽던 눈이 멈췄다.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다.’ 이때 머릿속에 감히 떠오르는 한 사람이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박근혜다.
지난해 가을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한 ‘비선 실세’가 국가 원수의 공무와 국정에 개입했다. 대통령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 곁을 지켰다는 비선 최순실은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사익을 챙겼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부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대통령의 입장은 한결같다. 비선이 사익을 챙기도록 공모하지도, 비선의 국정 개입도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목소리를 높인다.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는 믿음에서였다고. 대통령이 유일하게 인정한 잘못은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 뿐이다.
그런데 국민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밝혔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입건했고, 국회는 “헌법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박 대통령을 탄핵했다.
솔직히 대통령은 반성하지 않는 것 같다. 억울함이 가득 찼다.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잘못이 없다는데 반성할게 뭐가 있겠는가. 대통령의 비선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민들을 자신도 느꼈다는 자괴감에 빠트린 것에 대해 ‘반성의 빛이 역력’해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치꾼들도 반성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정말 몰랐다”고 둘러대기 바쁘다. 그렇다.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엄한 사람들만 반성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 각계각층 인사 1300여명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반성문을 발표했고, 매주 촛불 집회에선 시민들의 고백이 이어진다. 누구와 다르게 반성의 빛이 역력한 채 말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을 반성합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