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저녁 간소화…한정식집 여전히 ‘울상’
5일로 시행 100일을 맞은 청탁금지법이 청렴사회는 앞당겼지만, 지역의 소비심리 위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ㆍ충남지역의 경우 ‘부정청탁’ 신고 건수는 없지만,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미풍양속 등 우리 사회의 인간미가 없어졌다는 게 보편적인 평가다.
4일 대전경찰청 및 충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찰에 접수된 ‘부정청탁’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다만, 충남청의 경우 지난해 말 자체 인지 수사 중인 것이 1건 있다.
무엇보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산됐고, 골프·술 접대 등 과도한 접대 문화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지역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법 시행 초기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애매모호한 해석과 부처별 이견으로 혼란을 초래했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소비위축의 부담을 안겨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지역에서 소비위축이 현실화됐다. 연말연시 인사철이 됐지만, 축하 난을 보내는 관행이 대부분 사라졌고 화훼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와 함께 음식점 등 외식업계의 피해도 컸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4.1%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청탁금지법 시행 성과와 영향을 점검하고, 농·축·수산물 등 종합적인 소비촉진방안을 이달 중에 내놓기로 했다.
이밖에도 청탁금지법은 국민들의 저녁문화도 바꿔놓았다. 법 시행으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직장인들의 ‘밤 문화’다. 공무원 등을 상대하는 홍보·대관업무 담당 직원뿐 아니라 회사 전반에 걸쳐 과도한 접대나 회식 자리가 줄었으며, 참석자들이 식사 비용을 ‘각자 내기’하는 문화도 자리 잡고 있다.
직장인들의 저녁이 간소화되면서 한정식집 등 일부 고급 음식점들은 ‘울상’이다. 한정식집에서는 최근 3만원 넘는 식사를 하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전지역 한 한정식집 주인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손님이 줄어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면서 “회식도 많이 안 하는 분위기여서, 지역 사회의 인간미가 없어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일 기준으로 권익위에 접수가 이뤄진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현황은 모두 111건이다. 유형별로 보면 부정청탁 45건, 금품 등 수수 59건, 외부강의 7건 등이다. 신고 경로를 보면 권익위 홈페이지가 86건, 방문 5건, 우편팩스 17건, 국민신문고 3건 등으로 집계됐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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