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행선지에 대해선 함구 당분간 독자행보 뒤 결정할 듯
‘친박’ ‘친문’ 뺀 보수신당, 국민의당 등 연대 가능성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4일(한국시간) 자신이 차기 대통령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정치적 행선지’에 대해선 함구했는데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 사무총장 공관을 나오기 전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귀국 및 정치적 일정에 대해 밝혔다.
그는 ‘정치권의 넓은 연대나 화합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급적 광범위한 사람, 그룹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우리나라에 어려움이 온 것은 대화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치를 할 경우 광범위한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사무총장으로서 인종, 종교, 정치색깔을 가리지 않고 만났다”고 강조한 뒤 “지금까지 경험하고 닦은 것을 한국에서 한번 실천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극도로 아꼈다.
‘어떤 세력과 함께 정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는 답변 드릴 위치에 있지 않다. 서울 가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한 뒤에 적당한 계기에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제3지대 출마설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았느냐’는 질문에도 “지금은 대답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켜갔다.
또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보도와 스웨덴 정치 모델을 추구한다는 보도 등에 대해서도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 총장의 이같은 답변은 귀국 이후 당분간 독자행보를 하며 세력을 구축한 뒤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려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를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등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섣불리 정치적 행선지를 밝히기 보다는 향후 정세흐름을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반 전 총장은 자신이 얼마전 “독자 신당 창당이 어렵다”고 밝힌 만큼 현재로선 친박계(친박근혜)와 친문계(친문재인)가 아닌 정치세력과 연대가 점쳐지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보수로 분류되면서 새누리당 비박계(비 박근혜)가 만든 (가칭)개혁보수신당행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과 일단 국민의당 등 제3지대에 안착한 뒤 개혁 보수세력과 연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때문에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한 뒤에는 대선판을 향한 합종연횡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귀국일정에 대해 “12일 오후 5시 30분께 아시아나 비행기 편으로 귀국하려 한다”며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께 10년간 사무총장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소감을 보고드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애초 15일 귀국설이 알려진 바 있는데 일요일이어서 귀국일을 앞당겼다는 설명이다.
반 총장은 신년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직무정지여서 통화하지 않았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귀국해서 필요하면 전화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