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영 기자 |
‘믿으면 안될 사람을 가려내는 명단’, ‘감시가 필요한 위험 인물들의 명단’으로 순화돼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소문만 무성했던 ‘블랙리스트’가 문화계에 실존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화예술계가 들끓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인 최순실, 차은택 등의 손이 뻗쳐 혼란에 휩싸인 문화계가 사상 유례 없는 거대 블랙리스트 파동까지 겪으면서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여기에 정권의 입맛에 따라 문화계 인사들의 성향을 나누고 각종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문화계 등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문화계 인사는 무려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한편으로는 문화융성을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예술계를 적대시해 온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지역에서도 대전민예총 김영호 이사장을 비롯해 조성칠 민예총 이사, 대전작가회의 김희정 회장, 떼아르뜨 고도 권영국 대표, 미술부문 박용빈 작가, 문학부문 함순례 시인 등 지역에서만 20여 명의 이름이 포함됐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5월 세월호법 정부시행령 거부 성명서에 뜻을 편 인사들이거나 일부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잣대가 적용된 게 틀림없다.
문화예술인들이 사회 현실에 적극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잣대로 니편, 네편을 가르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정치나 이념을 좇는 예술가 중에 예술성이 뛰어난 이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일부 의문도 있지만 말이다.
문화융성이나 문화창조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예술 지원은 작가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작품을 보고, 그 중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지원하면 되는 것이다.
개성과 자존심으로 먹고사는 예술가들의 집단에 정치 잣대로 시시콜콜 이래라저래라 하는 한 진정한 문화 융성은 싹트기 어렵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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