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영향 고려해 허용 금액 등 개정돼야”
권익위 “법의 취지에 맞는 해석 통해 혼란 최소화”
청탁금지법 시행 3개월이 지나면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5일이면 시행 100일째를 맞는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획기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국민 일상의 대변화가 시작됐고, 나아가 사회 일상의 풍경도 바뀌었다. 하지만, 시행 초기 법 해석을 놓고 적지 않은 혼란도 발생했다.
청탁금지법은 한국사회를 공정하고 깨끗하게 바꿀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법의 집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는 상태다.
3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은 국내에서 모두 4만 919개 기관에 달하는 가운데, 각급 학교 및 학교법인, 언론사 등이 모두 3만 9622개로, 전체의 96.8%를 차지하고 있다. 권익위가 추산한 법 적용 대상자는 약 400만명에 이른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공직자 등 법 적용 대상자와 배우자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는 상대와 광범위한 영역에서 청탁이나 금품수수가 전면 금지됐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들이 직무 관련한 사람에게 1회 100만원 이하, 연 300만원 이하를 받으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2~5배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의 목적’이라면 3만원·5만원·10만원 이하의 식사·선물·경조사비 제공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같은 3·5·10 조항도 직무와 관련한 사람에게 대가성이나 부정청탁 소지가 있을 때는 불가능하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단속기관과 국민들의 혼선도 잇따랐다. 유권해석을 놓고 혼란이 끊이지 않았고, 위법 여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질의가 폭주하면서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네이션·캔커피 논란’이었다. 권익위는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과 캔커피를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원천적으로 금지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답변을 내놨다.
이와 함께 청탁금지법은 요식업계도 변화시켰다. ‘김영란법’으로 이름 붙여진 저녁 외식 메뉴판이 등장했지만, 고급식당은 더 이상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집에서 간편히 해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 편의점과 마트 등으로 발길이 몰리고 있다. 한끼에 3만원 이상을 호가하던 저녁 외식 메뉴는 대부분 2만 9000원 미만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이 국민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혼란을 가중시킴에 따라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인 직장인 A씨(48ㆍ대전 서구)는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수수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사립학교 교직원 및 배우자 등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다소 혼란도 있고, 미풍양속 등 우리 사회의 인간미가 없어지는 느낌”이라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식사나 경조사비 허용 금액 등에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법의 취지와 현실에 맞는 해석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범정부차원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청탁금지법이 잘 정착돼 우리 사회가 더 청렴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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