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이정현 전 대표 전격 탈당
“책임 안고 가겠다”, 친박계 추가 탈당 이어지나
새누리당에서 인적 쇄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인명진 비대위 체제’의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한 자진 탈당 요구에 이정현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다. 친박 진영에서 첫 번째 탈당이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자진 탈당 시한을 오는 6일로 못 박은만큼 친박계 의원들의 추가 탈당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정현 전 대표는 2일 “직전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탈당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탈당계 제출에 앞서 당 지도부에 “후임 당 대표에게 백척간두 상태로 당을 물려주는 것도 죄스러운데 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저를 디딤돌로 삼아 지금부터는 당이 화합하고 화평하도록 지도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의 탈당은 친박계에 대한 인적 쇄신 바람이 자신을 끝으로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명진호의 인적 쇄신 칼날은 무뎌지지 않을 전망이다. 인 비대위원장이 “인적 청산이 안되면 비대위 구성을 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어서다.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도로 친박당 이미지는 완전히 탈피하고 신보수정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당이 재건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말한다”며 비대위의 친박계 자진 탈당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 비대위원장은 인적 청산 부류로 ▲당을 이끌었던 사람 중 남아있는 이들 ▲박근혜 정부에서 주요 직책에 들어가 대통령을 잘못 모신 이들 ▲20대 총선에서 당의 분열을 조장하며 패권적 행태를 보인 이들 ▲상식에 어긋나는 지나친 언사를 한 이들로 지목했다.
자진 탈당 시한은 오는 6일로 못 박은 상태다. 이 전 대표는 ‘당을 이끌었던 사람 중 남아있는 이들’로, 친박 진영에서 첫 번째로 탈당 스타트를 끊었다.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의 탈당이 친박 핵심들의 도미노 탈당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인 위원장이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인적 청산 부류를 볼 때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10명 안팎이 대상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 전 대표와 서 의원이 ‘당을 이끌었던 지도부’에 속하며, 최 의원은 ‘주요 직책에서 대통령을 잘못 모신 이들’에 포함된다. 두 의원은 ‘2선 후퇴’는 가능하지만 탈당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졌다.
충청권 의원들도 인 비대위원장의 인적 쇄신 바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친박 돌격대장’으로 불린 이장우 전 최고위원(대전 동구)과 김태흠 의원(보령·서천), 친박 지도부 일원이었던 대전 출신 최연혜 전 최고위원이 인적 쇄신 요구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인 비대위원장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영입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 차원에서 ‘친박 청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얘기다.
인 비대위원장은 친박 핵심 의원들의 탈당 상황을 지켜본 뒤 오는 8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친박계가 버틸 경우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할 수도 있어 이번 주가 탈당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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