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잘린 지방자치’ 지방정부 정치권 맡기고 ‘뒷짐’
충청권시·도지사협의회 등 정치권 적극 대응 시급
조기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개헌정국이 열린 가운데 지방분권형 개헌이 되기 위한 지역역량 결집이 시급하다.
불균형적인 국세와 지방세 배분은 물론 자치 입법과 조직권이 원천봉쇄돼 사실상 ‘손발 잘린 지방자치’ 현실 속 30년 만에 찾아온 국가개조 기회에 지방정부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헌은 정치권 몫이라는 안일한 인식에서 뒷짐만 질 것이 아니라 충청권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지방분권형 개헌을 촉구하는 등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여야 4당은 개헌특위를 민주당 14명, 새누리당 12명, 국민의당 5명, 개혁보수신당 4명, 비교섭단체 1명 등 36명으로 꾸리고 내년 1월부터 본격 활동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개헌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의 개헌논의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을 국회 또는 국무총리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권력구조 개편과 대통령임기단축 문제 등에만 국한돼 있다.
충청권 등 지방이 중앙정부의 예속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지방자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는 사실상 배제돼 있다.
한국 지방분권 상황은 절망적이라는 것이 지방자치 학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지방재정 위기가 심각한데 조세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그친다. 80%에 가까운 비율이 국세로 들어간다. 지방자치 시대라 해도 여전히 중앙정부가 세원을 집중적으로 징수하는 셈이다. ‘8대 2’ 지방자치라는 표현이 이로부터 나왔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의 등 선진국의 경우, 지방세 비율이 40%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비단 재정의 문제뿐만 아니다. 현행 헌법에선 지방자치단체를 하급기관화하고 있고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이 무력화돼 있다.
헌법 제117조에는 지자체의 자치입법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법령 안의 범위에서 인정됨으로 국가법령에 의한 실질적인 정책구상은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118조의 경우 지방의회와 지방정부의 조직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 행정혁신을 유도할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분권협의회 의장인 김찬동 충남대 자치행정과 교수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지방자치에 대한 헌법구조와 틀을 새롭게 자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민주주의 성숙과 자치다운 자치회복을 할 수 있는 분권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과 지방이 골고루 잘살기 위해 앞으로의 개헌논의에서 지방분권 아젠다가 개헌논의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개헌특위는 차기 대선을 수개월 앞두고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으로 바꾸는 등 논의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지방분권 가치는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크다.
지방정부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대목이다.
충남도가 얼마전 지방분권을 촉구하는 ‘충남 선언문’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지방정부의 경우 개헌문제는 정치권에 맡겨둔채 뒷짐을 쥐고 있다.
시·도 주요현안을 논의하는 충청권시·도지사협의회 등에서 성명서를 발표 등을 통해 정치권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중석 강원도지역분권추진위원장도 “돈과 자원을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이상 지역간 균형발전정책은 실효를 거둘 수 없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자기결정권과 자기책임성 헌법적 확보를 통해 ‘기회의 균등’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구현해야 한다”며 지방분권개헌에 힘을 실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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