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직 교육부 기자 |
이번엔 예상이 빗나가길 바랐는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국정역사교과서에 대한 설동호 교육감의 입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국정역사교과서 현장적용 방안에 대해 이번에도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설 교육감은 이날 오전 11시 교육부의 브리핑 이후 5시간이 지난 오후 4시가 되서야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타 시·도 교육청에 비해 상당히 늦은 편으로, 충청권 교육감들 중에서는 가장 늦었다. 늦어진 만큼 찬성이든 반대든 소신 있는 입장발표를 기대했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날 설 교육감이 발표한 입장은 194자, 원고지 1매 분량에 불과했다. 원고지 3~4매 분량의 입장을 발표한 충청권 교육감들과 대조적이었다.
내용은 더 가관이다. 설 교육감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국정역사교과서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발표한 결과를 보면, 기존의 방향에서 국정교과서 도입을 1년간 유예한 상태로 지속적으로 논란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임.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차질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학교별로 적합한 절차를 거쳐 자율적인 선택으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봄' 이것이 전부다.
'지속적인 논란이 예상되니 결정은 학교가 알아서 해라' 정도로 해석된다. 5시간 동안 고심 끝에 내놓은 입장이라고 하기엔 실망스럽다.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교과서는 문제는 전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 총회 결과를 따르겠다면서도 교과서 수용여부는 역사 교사들과 전문가들의 검토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힌데 이어 이번에도 결정권을 일선 학교에 떠 넘기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난 것이다.
올해 대전교육청은 예지중고 파행 사태, 봉산초 부실급식, 급식업체 담합의혹,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시국선언 참여 교사 징계, 기성초-길헌분교 통폐합, 정실인사 논란 등 숱한 갈등을 빚었거나 빚고 있다.
그러나 설 교육감이 직접 나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한 적은 없다. 오히려 직원들을 동원해 교육감을 만나고 싶다는 민원인들을 교육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등 피하는 모습이었다.
설 교육감이 남은 기간 동안은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기 보다 대전교육의 수장답게 행동하길 바라본다.
정성직 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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