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승현 기자 |
최근 탈세 혐의로 검찰 칼끝에 선 타이어뱅크(주)와 담뱃갑에 의무적으로 혐오그림을 표기해야 하는 KT&G 얘기다.
행정작용 또는 정부정책에 따른 위기국면에서 한 기업은 순응할 수밖에 없고 또 다른 기업은 불복(不服)을 택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타이어뱅크 탈세 혐의는 사실, 일부 호사가 사이에서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올랐던 아이템이다. 하지만 언제 누가 왜 조사를 벌였고 탈세 규모가 600억, 800억원이라는 설(說)의 소스(출처)는 어디냐고 한걸음만 더 들어가면 ‘기자 티내지 말라’는 핀잔 듣기 일쑤였다.
여기엔 국세의 부과·징수를 위해 업무상 취득한 자료 즉 ‘과세정보’를 타인에 제공하거나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국세기본법과 이에 근거해 국세청이 지켜온 엄숙한 ‘비밀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탈세 혐의를 받는 타이어뱅크 역시 닷새 전인 21일 지역 한 매체의 보도 이후 관련뉴스가 쏟아지자 이틀 만에 내놓은 입장자료에서 “혐의없음을 입증하겠다”는 의지 표명만 하고 있을 뿐 추가 취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카더라’는 탈세규모를 중심으로 설왕설래(說往說來)하며 의혹을 키운다.
KT&G에게 지난 23일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었을지 모른다. 이날부터 담배공장에서 나가는 모든 담배제품의 담뱃갑에 흡연폐해를 보여주는 경고그림을 새겨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고그림은 폐암·후두암·구강암·심장질환·뇌졸중 등 병변관련 5종, 간접흡연·조기사망·피부노화·임산부흡연·성기능장애 등 비병변관련 5종으로 민간전문가와 정부위원들로 이뤄진 제정위원회를 거쳐 완성됐다.
‘사실에 기반하고 지나치게 혐오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을 감안해도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사람 몸속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건 영 마뜩잖다.
‘경고그림은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며 담배제품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바로 입증된다.
담배업계는 당장 판매 급감을 걱정하면서도 속앓이만 할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술·도박과 함께 대표적인 죄악(罪惡)산업이라는 굴레를 쓰고 있는 마당에 ‘국민건강증진’을 내세운 정부 정책에 맞서는 모양새로 비쳤다가는 역풍 맞기 십상이다.
담뱃갑의 혐오그림 면적이 30% 정도로 비교적 작다는 점에서 장기적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증권가 일부의 기대 섞인 전망과 가격인상 이후 주춤했던 담배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그나마 KT&G에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예상치 못하거나 불가항력인 악재에 우울한 크리스마스(unmerry christmas)를 보냈을 두 지역기업에게 건넬 수 있는 인사는 하나뿐인 듯하다. 모쪼록 해피뉴이어(Happy New Year).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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