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청장, 폐가구 해체도 척척… 직원들과 찰떡호흡
진눈깨비 오는 쌀쌀한 날씨에도 얼굴엔 구슬땀
하루종일 아파트단지 3곳 돌고 나서야 작업 끝나
“몸은 힘들지만 현장에서 부대끼며 보람도 느껴
보여주기 아닌 진짜 필요한 것 찾기 위한 행보”
6년째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박용갑 중구청장이 또 한 번의 현장행정을 펼쳐 이목을 끌고 있다.
“퍽, 퍽, 퍽.” 지난 23일 오후 2시께 대전 중구 태평동 삼부아파트 대형폐기물 현장에서 박 청장은 버려진 가구를 해체하고 있었다. 능숙한 솜씨로 가구가 분리되는 부분을 타격했다. 정확하고 세찬 발길에 가구는 형태를 잃어 트럭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폐가구를 먼저 분리해 상차한 다음 여러 명이 힘을 합쳐 들어야 하는 소파와 매트리스가 차에 실렸다.
박 청정과 직원들은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듯 익숙하게 힘을 합쳤다. 며칠 전 두 가구가 이사를 나가면서 내놓은 가구가 경비실 옆 한켠에 잔뜩 쌓여 있었지만 이들이 30분간 작업한 끝에 공간이 멀끔해졌다. 영상 2도에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날씨였지만 이들의 얼굴엔 구슬땀이 맺혔다.
빗자루로 바닥에 떨어진 나뭇조각과 나사 등을 쓸어 담고 보니 2.5t 수거트럭 3분의 2 이상이 찼다. 박 청장은 트럭 뒤에 매달려 옆 동으로 넘어갔다. 첫 번째 동보다 많진 않았지만 이곳의 대형폐기물을 차에 실으니 더이상 빈 공간은 없었다. 트럭은 안영동 폐기물처리장으로 향해 열심히 수거한 것들을 내려놓았다.
박 청장은 안영동에 도착해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곧바로 매트리스와 소파를 하차했다. 이어 트럭 운전석에 올라 폐가구를 들어 올리는 곳에 가 트럭을 비웠다. 모든 절차가 박 청장에게 익숙한 듯했다. 지체없이 다시 태평동으로 발길을 돌린 박 청장은 버드내아파트에서 두 번째 수거에 나섰다.
하루종일 내내 내린 눈과 비를 잔뜩 빨아들인 폐매트리스와 오랜 시간 누군가의 집에 함께했던 견고한 자개장 등은 이날 박 청장의 노동 강도를 조금 더 높이는 요인 중 하나였다. 그래도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자발적으로 현장행정을 펼치는 박 청장이지만 처음부터 이 일이 수월하진 않았다. 앞서 음식물쓰레기와 생활쓰레기 수거를 할 당시엔 음식물쓰레기가 얼굴과 옷에 튀고 악취와도 사투를 벌여야 했다. 다행히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으로 일을 익혀나갔고 현장에서 직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파악해 지원하게 됐다.
이날 현장엔 박 청장의 현장 행정에 늘 함께하는 환경과 박희도 계장도 동행했다. 박 계장은 “대형폐기물 수거가 쉽진 않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충과 행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직접 살필 수 있어서 보람을 느끼며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장이 쓰레기 수거 현장에 나온다고 해 처음엔 부담을 느꼈을 법한 환경직 직원들은 이젠 일손을 단단히 돕는 박 청장 덕에 이날만큼은 일이 더 수월해졌다고 밝혔다. 이날 박 청장의 현장행정 행보는 땅거미가 내려앉은 오후 5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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