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대응에 국민불안감 조성해 사재기 열풍
대형유통업체는 50% 넘는 폭리 챙기기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기본 통계가 엉망으로 드러난 가운데 계란가격 폭등의 원인이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과 대형유통업체의 농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방학 등으로 계란소비 비수기로 접어드는 시기인데도 잘못된 신호가 과장되면서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사재기 열풍이 폭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양계조합 등에 따르면 AI가 발생과 함께 최근 한 달여 사이에 계란 값은 25.5% 수직 폭등했다.
지난달 16일 계란 한판(30개)의 시중 평균 가격은 5678원에서 AI경계가 발령된 23일 5400원대로 떨어졌었다.
하지만, 가금류 살처분이 1000만 마리를 돌파한 지난 12일 수급불안 조짐을 보이자 6000원을 돌파했다. 이어 지난 16일 AI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되자 6400원으로, 살처분 2000만 마리를 넘으면서 7000원을 수직상승, 23일에는 7124원까지 기록했다.
이 같은 폭등에 대해 계란 유통업계는 수급 불안정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일부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농간을 의심하고 있다.
AI 확산으로 계란소비가 주춤했는데도 이상폭등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급불안에 따른 농장출하가 줄어든 양보다 소비량 감소가 커 폭등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AI가 확산하자 농가들이 출하량을 최대한 늘려 수급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등을 맞아 케이크 등 계란의 일시적 소비증가 이유가 있지만, 최근 각급 방학의 방학으로 학교급식이 줄면서 계란소비 비수기에 접어든 점도 폭등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 유통사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높아지고 있다. 계란유통은 대형 수집상들이 생산량의 70%를 수집해 대형마트와 시장에 공급해 이들이 공급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농가에서 출하된 계란은 AI와는 관계없이 유통될 수 있는데다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보관이 쉬워졌다. 비교적 유통기간이 길은 특성상 출하조절이 쉬워 폭등에 숨겨진 비밀이라는 것이 업계 일부의 시각이다.
대형유통업체의 폭리도 문제다. 충남양계조합의 특란 출하가격은 한판에 5720원(30개)에 불과하지만, 시중 마트에서는 8800원에 팔리고 있다. 마진율이 무려 53.8%로 출하비의 5% 수준인 가공비를 고려해도 지나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정부의 늦장대응도 문제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들 들어 계란 값 폭등 조짐이 나타났지만, 정부는 최근에서야 사재기조사에 나서고 있다.
계란의 수입량을 늘리는 문제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입을 늘리는 계란과 계란가공품은 결국 계란값 폭락을 가져와 피해농가들에 이중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이 유통업계의 주장을 확인과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태도 역시 불안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사재기 열풍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역을 이유로 지나친 출하금지도 문제다. 주변에 AI가 발생하면 방역 대를 3㎞로 규정해 생산시기와 관계없이 무조건 계란출하는 막아 공급에 일시적 부족현상이 생기고 있다. 천안에서는 지난 21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이 같은 문제로 계란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양계조합 관계자는 “일부 계란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도 방학에 들어가고 비수기에 접어드는데 오히려 대형유통업체만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일이 AI 발생시기마다 반복되는데 정부대응부터 가장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내포=맹창호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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