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영 교육부 차장 |
기후에 맞지 않는 나무를 교정에 키우려니 오죽이나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는가? 등록금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주목한 것은 학교 곳곳에 서있었던 건물들의 이름이었다.
학교 건물이 졸업생들이 기부한 발전기금으로 지어지다보니 '야후관''구글관''후버관'등 기업과 동문 이름들로 가득하다. 자신이 졸업한 대학의 발전을 기원하고 후배들을 양성하라는 취지에서 선배들이 건물을 지어준다는 것이다.
덕분에 스탠퍼드 대학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도들과 정치인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내고 있고, 전세계 대학 가운데 발전기금이 3번째로 많이 몰리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발전기금이 몰리다 보니 등록금이 비싸지만 장학금 혜택도 풍성하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지만, 풍성한 연구지원과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발전기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의 유수 대학들 상당수가 발전기금의 의존도가 높고, 양질의 인재를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충남대학을 졸업한 필자로서는 김밥을 팔아 돈을 모아 50만평의 엄청난 땅을 기증한 정심화 할머니를 잊을 수 없다. 대학내에 정심화문화회관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런 의미다.
지역의 사립대학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학들은 정부의 정원 감축과 등록금 동결에 맞서다보니 재정사정이 점점 어려워졌고, 하나의 돌파구는 발전기금이었다. 국내에도 대학에 발전기금이 몰리는 시기는 있었다. 어려운시절 배우지 못하고 모은 전재산을 내놓는 분위기가 확산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못배웠으니 배움의 한을 풀고 싶다. 후학을 양성해 한을 풀어달라'는 취지의 기증 문화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점점 사그라 들고있다.
일부 대학들은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등 분위기 확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이나 일부 관련 기업체에서 '갹출'에 가까운 모금에 그치고 있다.
발전기금의 전제는 자발성이지 갹출이 돼서는 안된다. 일회성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대학의 인재들을 위해 앞으로 100년에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미래인재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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