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샅바를 잡아본 사람이 잘하지 않겠습니까.”
왕년에 씨름판을 주름 잡았던 천하장사 이봉걸 대전씨름협회 회장(59)은 씨름 부흥을 다짐했다. 이 회장은 '원조 골리앗', '인간 기중기'라는 별명으로 1980년대 민속씨름에서 이만기, 이준희와 더불어 천하장사 트로이카 시대를 빛냈다.
이 회장은 현역 시절 2m5㎝의 키와 135㎏의 몸무게에서 뿜어나오는 괴력을 앞세운 들배지기 기술로 두 차례 천하장사와 네 차례 백두장사에 올랐던 민속씨름 1세대의 대표주자였다.
그런 이 회장이 올해 말부터 대전 통합씨름협회 초대회장직을 맡게 됐다. 이 회장은 “씨름과 함께 해온 세월이 50년 가까이 된다. 누구보다 씨름판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면서 “씨름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회장직을 하면서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씨름에 대한 사람들이 관심이 많이 줄었다. 몸집만 불리는 이기는 씨름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재미있는 기술 씨름을 해야 한다. 최근 계체량 줄이는데 씨름계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좀 더 재미있고, 공격적인 씨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름은 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다. 문화재청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시 풍속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씨름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한다고 지난 11월 31일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씨름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씨름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성을 계승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고, 사람들의 관심도 끌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보통 남자라면 학창시절에 씨름 한 번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씨름을 생활체육으로 꾸준히 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 회장은 “씨름은 근력을 키워주고 몸에 밸런스를 잡아주는데 아주 좋은 운동이다”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씨름 교실 등을 꾸준히해 씨름에 대한 흥미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전 씨름은 전국에서 약한 편이다. 현재 초등학교 2팀, 중학교 1팀, 고등학교 1팀이 운영 중이다. 비인기 종목이다보니 씨름을 하는 학생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 회장은 “씨름부를 운영하고 있는 초·중·고 학교가 너무 부족하다. 연계 육성에 어려움이 따라서 외부로 좋은 재목들을 빼앗기는게 가장 큰 문제”라며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과 많은 대화를 나눠서 씨름부 창단을 적극 유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여자씨름도 전국체전 정식 종목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한 여자부 창단에도 힘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씨름 발전을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좋은 토양에서 좋은 나무가 자라듯이 지도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도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지도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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