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뇌물죄 수사 수순…정유라 체포영장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동시다발 압수수색과 함께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이날 서울 논현동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 10여 곳에 특별수사관과 파견공무원을 보내 서류와 PC 자료 등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정부세종청사 내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도 포함됐다.
특검 측은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택에 수사팀을 파견하는 등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대가로 최순실씨 측을 특혜 지원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삼성은 최씨와 딸 정유라(20)씨에게 승마용 말 구입비 등 명목으로 220억원을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최대 후원기업이기도 하다.
2014년 추진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최순실의 삼성에 대한 제3자 뇌물 공여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사이의 대가, 배임(혐의)에 대한 증거확보를 위해 국민연금공단 사무실과 일부 임직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특검은 당시 국민연금 측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고 전·현직 임직원을 상대로 외압이 작용했거나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합병을 추진할 때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반대했으나, 삼성물산 지분 10%를 쥔 국민연금이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줘 합병이 성사됐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 불과 보름 뒤인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간 청와대 단독 면담이 이뤄진 것도 의구심을 일으킨다. 제3자 뇌물죄 수사를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전망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에 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특검은 독일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전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날 오전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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