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행 “깊게 생각안해 봤다” 여운, ‘친노진영’엔 발톱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강력한 대권도전 의지를 표명했다.
반 총장은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특파원들과 고별 기자회견에서 “제가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권출마에 대한 확답은 없었지만, 전례 없이 강한 어조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정치권 시각이다.
반 총장은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성 정치인들과의 연대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파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정치상황과 기성 정치권에 대해 비판했다.
반 총장은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派)가 중요한가.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무엇 소용인지 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무엇에 기여할지에 대해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며 “귀국 후 각계 국민을 만나 말씀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재차 대선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새누리당행에 대해선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어떤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깊이 생각을 안 해봤다”는 말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최순실 사태’와 박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등 최근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선 “국민이 선정(善政·good governance)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며 “시스템의 잘못, 지도력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최근 모 강연에서 했던 박근혜 대통령 발언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선 “특정 정치 지도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적극 해명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친노 진영’에 대해서 발톱을 세웠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난 반 총장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물밑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 친노(친노무현) 인사들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정치적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저는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얘기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인격을 모독해도 너무 모독했으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핏대를 세웠다.
한편, 반 총장은 1월 중순 귀국, 황교안 권한대행과 정세균 국회의장 등을 예방해 귀국 신고를 하고 국립묘지 및 선친 묘소 참배, 고향인 충북 충주에 사는 모친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본격 대권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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