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직자를 인출책으로 이용하는 사기수법 흐름도 |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인출책으로 활용… 대포통장 명의자 전락
#1. 겨울방학을 맞은 대학생 김모씨는 생활정보지에서 단순 배송사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서류를 전달하면 건당 1만5000원을 지급받는 조건이었다.
업체는 A씨에게 몇 차례 서류 전달 업무를 맡긴 뒤 ‘일을 잘 한다’며 현금 배달 업무를 시켰다. 수당은 1건당 3만5000원으로 늘었다. 본인 계좌로 현금이 입금되면 이를 인출해 배달하는 일이다. 은행 창구에서 왜 고액 현금을 찾느냐고 물어보면 ‘회사 인테리어 자금 때문에 인출한다’고 답하라는 교육도 받았다. 김모씨가 돈을 인출해 업체 사장에게 전달하자 사장은 잠적했고 김모씨는 대포통장 명의자 신세가 됐다.
‘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모두 134건의 취업 사기 관련 제보가 들어왔다.
대포통장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사기 금액 인출이 어려워지자 아르바이트를 찾는 대학생 등을 속여 인출책으로 이용하는 수법이 대부분이었다.
사기범은 생활정보지나 구직사이트에 현금과 귀금속을 배달하는 지하철 택배 기사를 모집한다고 광고하거나 경매대행업체로 속여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했다. 이후 아르바이트생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들어오면 현금으로 찾아 다른 사기범에게 전달하거나 추가 대포통장 계좌로 입금시켰다.
사기범들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회사의 매출을 줄여 세금을 절감할 목적이라고 둘러댔다.
입금된 돈을 찾아 사기범에게 전달한 구직자는 대포통장 명의자가 돼 신규 은행 계좌 개설·대출이 거절되는 등 각종 금융거래 때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금감원 김범수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사기를 치려는 의도가 없어도 본인 계좌에서 보이스피싱 자금을 대신 인출해 주면 민·형사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며 “아르바이트를 찾을 때는 정상업체가 맞는지 직접 방문해보는 등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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