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명의 국민이 하나의 뜻을 위해 모였던 촛불집회는 '탄핵 가결'이라는 소식에 축제의 현장으로 뒤바뀌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헬조선', '금수저·흙수저', '개한민국', '오포세대' 등 현실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표현한 신조어들이 아직 우리 세대에 만연한 것처럼 아직 사회는 우리에게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불안정한 사회의 모습에 많은 사람은 마음의 병을 앓지만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화병과 우울증은 별일 아닌 듯 지나치기 쉬우나 심하면 고혈압이나 중풍 등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화명과 우울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편집자 주>
▲ 유제춘 교수(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화병은 우울감, 불면, 식욕 저하, 의욕상실, 피로 등의 우울 증상 외에도 특징적인 신체 증상이 동반돼 나타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하며, 숨 쉬는 것이 답답하고 가슴이 뛰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또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느끼기도 하며, 몸 여기저기에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우울감이 심해지면 삶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이 증가해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게 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화병의 원인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비슷하게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며, 갈등으로 인한 가정적 요인을 비롯해 가난이나 실패, 좌절 등 외부적인 요인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사회적 이슈들과 사회 기득권의 행실에 대한 분노, 배신감 등의 감정은 많은 사람에게 박탈감과 무기력증, 우울증 등 화병 증상을 유발했다. 또한, 개인의 성격적인 특성상 속상함, 억울함, 분함 등의 감정을 쉽게 풀어내지 못하고 담아두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울증과 비슷한 정서변화에 신체적 증상 더해져=화병은 우울증 증상과 같이 일차적으로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 대부분이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을 내는 등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고, 분노와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억울함과 분한 감정을 자주 느끼며 공격적인 성향이 매우 강해진다. 이 외에도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불면증을 겪게 되기도 하고, 이유 없는 한숨이 늘고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신체적인 증상으로는 온몸에 열이 나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목이나 가슴이 조여와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속이 쓰리며 메스꺼움을 느끼고, 이로 인해 식욕 장애나 소화 장애를 겪기도 한다. 심하게는 만성적인 분노로 인한 고혈압이나 중풍 등의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혹은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신체적인 증상은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의 흥분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기 때문인데, 다시 말해 정신적인 증상, 즉 마음의 불편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화병으로 인한 증상이 건강에 대한 염려를 하게 만들고, 이 때문에 불안을 느끼다 보면 더욱 악화할 수 있어 총체적인 악순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소통과 감정교류, 화병 예방에 효과적=일반적인 화병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주어야 한다. 또 화가 난다고 해서 그 즉시 화를 낸다면 더욱 악화된다. 마치 불발탄을 해체하듯이 천천히 침착하게 화를 다스리며 풀어야 한다.
스트레스 해소 또한 화병 예방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경직된 채 수면을 취하면 화병뿐만 아니라 인체의 모든 면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날 받은 스트레스는 그날 해소할 수 있도록 운동이나 음악 감상 등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은 몸의 건강의 돌려줄뿐더러,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하는데도 최상의 방법이다. 1주에 세 번 이상, 적어도 땀이 약간 밸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직장생활로 여유가 없다면 점심시간을 활용해 직장 주변 공원이라도 산책하도록 한다. 또한 규칙적인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는 필수,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제춘 교수는 “문제를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공감해줄 수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소통하고 느끼는 감정을 나누는 것이 우울감을 예방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박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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