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살았지만 갈 곳 찾기 어려워
기존 시설 노후화로 노인 안전 위협 불가피
노인무료급식시설 대전 성모의집이 갈 곳을 잃었다. 신축 이전 예산 9억 7000만원이 통과됐지만 보문중고교 인근 부지가 아닌 곳에 설립기로 합의하면서 새 이전 부지를 찾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16일 대전 동구의회 제224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16년도 3차 추경예산으로 경로식당 신축 시설비 및 부대비ㆍ자산취득비 9억 7000만원이 통과됐다.
노후된 노인무료급식소 성모의집 신축이전 사업비로 사용 승인이 났지만 당분간 예산을 집행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의회는 이날 성모의집 예산 통과를 가장 마지막 순서로 미루고 40여분간 정회를 하며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성모의집 운영주체인 대전카톡릭사회복지회와 보문중고교가 극적 타결을 하는 조건으로 예산을 살려둘 수는 있었다.
주요 내용으로는 보문중고교 옆에 성모의집을 신축하지 않기로 하는 것과 보문중고교 측에서는 가톨릭사회복지회가 원할 경우 해당 부지를 매입하는 것 등이다.
이날 협의까지 양 기관은 계속해 타협을 시도했지만 좀처럼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최종 예산 통과를 앞두고 동구의회에서 협의를 주도하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스로 예산은 통과됐지만 앞으로 성모의집은 갈 길이 멀다. 당초 내년 6월 설립기념일에 맞춰 새 건물에서의 무료급식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계획대로는 물론, 내년 안으로 부지선정과 신축 이전을 끝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는 동안 노인들은 기존 낡은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예산이 있지만 예정 부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산을 어떻게 쓰겠는가”라며 “새로운 부지를 찾아야 하는데 일단은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가톨릭 내부에서는 종교갈등으로까지 비치는 이번 문제에 대해 일단 한 발짝 물러나 새 길을 물색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동혁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 차장은 “이대로 포기하는 거나 새로운 곳을 찾다가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일단 계속 노력해 볼 것”이라며 “이번 결과는 모두에게 상처인데 ‘더 이상 상처받지 마라’는 주교님의 뜻대로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동구청이 성모의집 이전 문제로 너무 많이 애써서 힘들 텐데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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