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부모님의 일생을 기록하기는 하지만, 어머니가 아들의 업적을 기록하는 것은 유일하고도 불가능한 일 입니다.”
송애 김경여 선생의 일생을 그의 어머니 송씨부인이 한글로 기록한 ‘가장’을 연구한 논문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충남대 김선기 명예교수는 대전문학 25호에 ‘송씨부인이 지은 아들 김경여 가장’을 발표했다.
어머니가 아들의 일생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아들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는 독특한 가정이 따른다. 더욱이 지금으로부터 600여년전에 84세의 연로한 어머니가 아들의 일생을 기록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송씨 부인은 유복자로 태어난 아들의 일생을 기록하고 다음해인 85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김 교수는 “송애가장은 사재동 교수가 국문학 자료로 소개한 일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가장문학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고찰한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논문을 내게 됐다”며 “죽음을 1년 앞둔 노모가 아들의 일생담을 가장의 형식에 맞춰 쓴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글의 주인공인 김경여에 대한 고찰과 구성과 표현, 어머니가 그린 아들의 미덕과 어문학적 의미까지 자세히 분석했다.
가장은 아들이 태어나서 충청도 관찰사를 지내고 귀향해서 지냈던 시절, 청나라를 배척하는 배청의 소신, 지극한 효심 등 58세 사망하기 까지 전생애를 1만5400여자 분량으로 작성했다.
김 교수는 “송씨부인이 쓴 송애가장은 가장의 형식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내용도 자세하고 정확하며, 글의 길이가 1나5433자나 된다”며 “대전에서 나고 죽은 여인이 한글로 지은 글이다 보니 지역의 언어, 문화, 풍속, 제도, 정치, 역사 등과 관련된 풍부한 자료가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문으로 돼 있는 각종 상소문을 송씨부인이 한글로 옮긴 솜씨는 그 수준이 매우 높아 번역 문학의 자료적 가치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1658년 한글로 지어진 송애가장은 시대의 어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 한국어문학의 연구자료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김경여 선생의 경우 자신의 어머니를 관직 부임지마다 동행하며 어머니를 모신 지극한 효자인만큼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애정과 중첩돼 감동을 주고 있다”며 “문학적 가치를 떠나 효심과 아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논문을 쓰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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