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기금 잔액 10억여원도 늑장 행정에 반환 상황 놓여
미집행된 순세계잉여금도 해마다 증가 추세
계획적이지 못한 대전시의 예산 운영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어렵게 따낸 국비를 행정적 미비로 반납해야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고, 미집행 예산이 매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본보가 확인한 결과, 대전시가 집중호우에 따른 둔산권 수해를 대비하기 위해 추진했던 샘머리 우수저류시설 설치 사업을 최종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올 연말까지 사업 포기에 따른 국비 25억원을 반납할 예정이다.
시는 지난 2011년 6월 시간당 59㎜에 달하는 폭우로 한밭대로가 침수되자 샘머리공원을 저류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 결과, 지난 2013년 5월 둔산 도심권역 공원 재조성 계획을 수립하며 샘머리공원에 생태습지를 마련하는 계획을 담았고, 같은 해 8월엔 국토부의 저류형 도시공원 정비사업 공모에 지원했다.
이 사업은 기획재정부가 침수피해 예방을 위한 예산이 국토부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가 지역 국회의원의 쪽지 예산으로 사업비 10억원이 반영돼 추진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4월 시는 재해저감형 다목적 저류시설 설치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를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한밭대로와 샘머리공원의 배수구역의 우수 처리계통이 달라, 침수피해 예방과는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밭대로 침수는 빗물받이에 낙엽 등 이물질이 유수의 소통을 막아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적발됐다. 더군다나 시는 국토부에 공원 조성 사업을 신청하면서 침수피해 구역임을 확인할 수 있는 하수관망도 등의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국고 보조사업 추진 재검토를 요구했고, 시는 올해 초 기술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업을 포기했으며 지난 6월 안전처에 사업 포기와 국비 반납을 신청했다.
시는 지난해 지원받았던 복권기금 52억원 가운데 남은 잔액 10억 9245만여원도 반납해야 한다. 대전시는 지난해 북부평생교육문화센터를 건립하며 사업비 일부로 복권기금 52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센터 건립 과정에서 공사입찰공고와 감사 등을 거치며 낙찰율 85.9%로 계약이 이뤄져 잔액이 발생했고, 시가 번번이 잔액활용 계획 제출에 늦어지면서 전용 기회를 놓쳤다. 복권기금이 문화와 예술, 복지, 지역개발사업 등 다용도의 공익목적 사업에 쓰이고, 대부분 잔액 활용계획을 제출하면 큰 무리없이 승인받는다는 전례에 비춰보면 시의 행정 미숙은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전시의회 김동섭 의원(유성2)은 “사업계획에서부터 주도 면밀한 검토가 없이 추진되다보니 어렵게 따낸 국비를 토해내야하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라며 “사업에 오랜기간 투입된 행정력의 낭비이자 사업에 매칭된 지방비의 투입면에서 봐도 효율적 배분 등에서 오류를 범하게되는 큰 실수가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전시의 비효율적 예산 운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의 미집행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다
시의회 정기현 의원(유성3)이 최근 시 예산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와 올해 순세계잉여금은 1616억원과 1987억원에 달했다. 평균 1802억원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염홍철 전 시장 재임시절의 평균 815억원보다 2.2배나 늘어난 것이다.
내년에는 순세계잉여금이 본예산의 6% 이상인 2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순세계잉여금의 증가는 예산을 충실히 집행하지 않고 남아 이듬해로 이월되는 예산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정 의원은 “순세계 잉여금이 늘어나는 것은 예산을 충실히 집행하지 않아 다음 연도로 이월되는 게 많다는 것이 아니냐”라며 “시 예산 운용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예산을 충실이 집행해 미집행 예산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강우성·임효인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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