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박석무 편역, 창비, 2009 刊 |
그가 1801년 유배지에서 그의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27편을 비롯해, 아들에게 내려주는 교훈 9편, 형님에게 보내는 편지 14편,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11편 모두 61편의 인생 교훈 지침 글을 수록했다.
유배지의 사전적 뜻을 살펴보면 소통을 하지 못하는 적막함이라 했다.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통을 하지 못하고 나누지 못하는 그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그러나 그는 편지로 세상과 소통을 했다.
나도 가끔 하고 싶은 말들을 하고 싶을 때 기쁠 때 보다는 조금 속상하고 억울하다고 생각되어질 때 말은 못하고 글로 적으며 혼자 마음을 다독일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 읽어 보면 뭐가 그리 속상하고 억울했는지 가물거리기도 하다.
그러나 정약용은 그런 한탄의 글이 아니라 서한으로 전한 말들은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깨우침을 전해주는 글이었다.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요즘 같이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에. 바쁘다고 핑계를 대며(?) 가족끼리 식사 한번하기 힘들어 약속을 하고 시간을 내서 밥을 함께 먹어야만 하는 세상에. 이런 편지를 주고받는 부자(父子)가 있다면. 그 집은 분명 따뜻함과 평화로움이 충만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찌 다산은 모든 방면에서 그렇게 섬세하고 상세하게 알 수 있을까? 그의 학식은 어디에서 그렇게 끊임없이 깊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천지간에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서 있는지라 마음 붙여 살아갈 것이라고는 글이라고 했다. 물론 많은 독서를 통해서 그럴 수 도 있지만 과연 독서를 많이 했다고 해서 그럴 수 있을까?분명 그건 다산의 사람됨. 사물을 꼼꼼히 살펴 볼 수 있는 통찰력. 인간을 생각하는 따뜻함이 기본으로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가 여자들의 일까지도 소상하게 이야기 했다. 그건 배려하는 마음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하다. 사대부 집안에서 부녀자들이 부엌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예사가 된 지 오래라지만 부엌에 들어가 살피라 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새벽이나 늦은 밤에 방이 차가운지 따뜻한지 항상 살펴보라고 했다.
어려운 살림에도 큰아버지를 섬기고 친척들 간에도 항상 먼저 살피라고 했다. 남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도와줘라. 마음속으로 남의 은혜를 받고자 하는 생각을 버린다면 저절로 마음이 평안하고 기분이 화평스러워져 하늘을 원망한다거나 사람을 원망하는 그런 병통은 사라질 것이다. 남이 어려울 때 자기는 은혜를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먼저 은혜를 베풀어주기만 바라는 것은 “나는 저번에 이리저리 해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구나! 하는 소리를 입 밖에 내 뱉지 말아야한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그 흔한 것을 다산은 꼭 집어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찬찬한 깨우침을 해 주었다. 요즘같이 개인만 아는 세상에, 내 일이 아니면 관심 없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개인주의 세상에 다산이 실학자로서 얼마나 깊은 사고와 함께 나누는 배려하는 마음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 낯선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유배지에서의 억울한 심정을 다독거리기도 힘들었을 텐데. 아들과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는 자상하고 스승의 정이 넘치는 언어로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편지'라는 매개체로 세상과 소통을 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다시 한 번 많은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이인구·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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