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전면전 예상됐던 의총 의외로 잠잠
16일 원내대표 경선 총력전 위해 잠시 숨고르기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폭발할 것으로 예상됐던 의원총회가 조용히 끝났다. 분당까지 거론되는 당 안팎의 시선을 의식한 듯 “차분하게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다만 오는 16일 비상대책위원장 등 차기 지도부 구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내대표 경선에 양측이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됐다. 그동안 서로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 “부모형제를 내친 패륜” 등 막말을 쏟아내며 설전을 벌였던 것과는 반대였다.
이정현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많은 보수 세력들과 당원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당이 아니냐”며 “그런 당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 당을 나간다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전날 탈당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한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와 이에 동조하는 일부 비박계 의원들을 만류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이어 “서로를 당의 자산, 보수의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서로를 아껴 달라”며 “당을 깬다, 나간다는 말을 하지 말고 변화를 위한 지혜를 함께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우리가 집권 여당으로서 본연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며야 한다”며 “원대한 우리의 목표, 보수정당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선친인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며 친박과 비박간의 막말에 가까운 비방을 에둘러 지적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선친께선) 말로 살고 말로 죽는 게 정치인이니 입 속에 오물거리는 것 65%만 얘기해도 다 전달된다고 충고했다”며 “우리 정치인들의 언사를 보면서 조금 더 신중해야겠다, 조금 더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함께 비박계 중심 축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들 당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말씀이 제일 많았다”며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도 의총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차분하게 당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당 내홍은 수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차분했던 의총은 친박과 비박이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 준비를 위해 잠시 숨고르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동안 막말에 가까운 설전을 당원과 국민들에게 보여 왔던 만큼 역풍을 우려해 서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친박과 비박의 싸움은 오는 16일 새 원내대표 선출 이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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